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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급감하는데…‘정원외모집’ 해야하나?
지방대, 수도권 정원 쏠림현상에 폐지 거론
역차별 논란, 학생·학부모 반발도 만만찮아

수시모집이 시작되며 본격적 입시철을 맞은 가운데 지방대 중심으로 ‘정원외모집’ 특별전형을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 년 내 입학자원 급감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정원 감축이 줄줄이 이어져 정원 채우기도 급급한 마당에 정원외모집이 굳이 필요하느냐는 문제 제기다.

◀2012 대입 수시박람회에서 수험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런 문제점은 몇 년 전부터 지방대들이 꾸준히 지적해왔다. 최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출범을 비롯해 대학 구조조정 논의가 활발해지며 위기를 피부로 느낀 지방대들이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거론한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문제의 핵심은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인한 수도권·지방대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 ‘빈익빈 부익부’ 지방대는 비어가는 중 = 현행법 상 대학들은 농어촌·전문계고·사회적배려대상자 특별전형 등의 정원외모집으로 정원의 11%까지 선발할 수 있다. 단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전문계고 특별전형의 정원을 현행 5%에서 3%로 줄이고, 2015학년도부터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입법예고하면서 올해는 9%까지 모집할 수 있다.

지방대가 정원외모집 폐지론을 꺼내든 것은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숫자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정원외모집이 겹치며 수도권 대학과의 충원율 차이가 커지는 현상을 두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충원율이 각종 평가와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평가지표로 부상하며 이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황규홍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동아대 입학관리처장)은 “정원외모집은 수도권 쏠림현상을 부추긴다. 학생 충원에서 수도권과 지방 대학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수도권 대학은 정원외모집까지 꽉꽉 채우는 반면 지방대는 정원내모집도 못 채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 그대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라고 토로했다.

오영식 한밭대 입학관리본부장도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외모집으로 쏠림현상이 생긴다. 반면 지방대는 정원외모집 인원을 다 충원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한의대 입학관리팀 문상록씨 역시 “정원외모집이 수도권 쏠림현상을 야기한다”며 “기회균등 취지에 공감하지만 실질적 시뮬레이션이 우선이고, 지방대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지방대 문제로 여길 게 아니라 교육의 질 차원에서 재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수욱 동양대 입학처장은 “수도권·지방 대학간 공정경쟁 측면과 함께 교육적 관점에서도 정원외모집을 정원내모집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수도권 몇몇 대학은 재학생 충원율이 120~130%대로 교수 1인당 학생 숫자가 많다. 학생 숫자를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 경기고 심윤만 교사는 “정원외모집을 정원내모집으로 바꾸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입의 문이 좁아져 역차별로 느낄 수 있다”면서도 “전체 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그 정도는 기회균등 취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기본 취지인데 무조건 역차별로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발상 같다”고 덧붙였다.

■ “정원내 전환하면 역차별… 반발 크다” = 하지만 수도권 대학이나 수험생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기회균등이라는 취지나 수요자인 수험생 입장에 비춰 생각했을 때 기회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원외모집을 정원내모집으로 바꾸면 기존 수험생들은 그만큼 원했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숫자가 줄어들고,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입학관련처장협의회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상당하다. 수도권과 지방의 입장차가 반영된 것이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은 “정원외모집은 기회균등 차원에서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폐지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며 “특히 정원외모집 특별전형을 정원내모집에 포함시키면 일반 학생들의 경쟁률이 높아진다. 반발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교나 지자체 입장에서도 반대 여론이 드세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수험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통로인 정원외모집마저 없어지면 희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원외모집이 폐지되면 지방대에 앞서 지방 고교부터 황폐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됐다.

강원도 속초 설악고 김종두 교사는 “기회균등과 지방 고교생 배려 차원에서 정원외모집은 유지돼야 한다. 해당 특별전형을 정원내모집으로 돌리면 그나마 있던 유명 대학 진학 기회마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엄연히 서울과 지방 고교의 격차가 존재한다”며 “서울 유수 대학들은 대부분 수능 비중이 높고, 수시모집에서도 최저학력기준이 높아지는 추세다. 정원외모집으로 지방 고교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충북 옥천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박진규 장학사도 “정원외모집이든 정원내모집이든 지역 일반계 고교생을 배려하는 전형이라면 상관없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원내모집으로 전환해) 지역 환경에 대한 감안 없이 서울 학생들과 경쟁하면 이곳 고교는 다 죽는다. 지역 학생들이 희망을 갖고 공부하려면 현행 정원외모집 특별전형 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원내모집으로의 전환보다 정원외모집의 기본 취지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잇따른다. 대전 대성고 김동춘 교사는 “위장전입 등으로 대학이 운영을 잘못해 농어촌전형 폐지론이 나온다. 이 전형을 정원내모집으로 바꾼다고 해서 개선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권섭 전남대 입학관리본부장도 “정원외모집 폐지나 정원내모집 전환이 근본적 문제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며 “예컨대 농어촌전형의 경우 취지와 달리 ‘위장전입’해 들어오는 사례가 많다. 관리감독 강화와 농어촌 거주기간을 늘리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지방·수도권大 차등적용 등 보완책 필요 = 교육 당국은 현행 정원외모집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정종철 대입제도과장은 “지방대 요구는 이해하지만 사회적 배려, 기회균등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우선돼야 한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반발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교과부 차원에서 정원외모집 폐지가 공식 논의된 적은 없다. 현행 법에서는 정원외·정원내모집 폐지나 전환은 각 대학 총장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대들도 완전 폐지가 어려운 점을 감안, 정원외모집 비중의 차등적용 등 보완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규홍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지방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는데 정책적으로 해결해줘야 한다”며 “정원외모집 폐지가 힘들다면 수도권 대학은 정원외모집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수욱 동양대 처장도 “전체 입학자원이 급감하고 있어 단계적으로라도 정원외모집을 줄여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영호 청주대 입학처장은 “많은 대학들이 구조조정 통해 정원 감축에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현행 정원외모집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 대학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 자체를 축소했으면 한다. 정원외모집 인원을 조정하고 지원자격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보완에 방점을 찍는 것은 지방대 입장에서도 정원외모집 완전 폐지가 아쉽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오영식 한밭대 본부장은 “사실 정원외모집을 폐지하기는 어렵다. 기회균등이라는 명목 외에도 대학 입장에서 정원외모집은 일종의 가외 수입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대학 스스로 정원외모집을 활발히 활용하는 방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송현섭 교육연구사는 “정원외모집을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결국은 대학의 생존 문제로, 정원외모집이 오히려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원외모집에 정부가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겨 외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김봉구·이연희·전은선 기자 paper81·bluepress·ches24@unn.net

‘정원외 폐지’ 장관에 수차례 건의
지방대 총장의 토로 “현실적 어려움 살펴달라”

대구경북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사진>은 정원외모집 폐지를 수차례 교과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본지가 주최한 교과부 장관과 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비롯해 이주호·안병만·김신일 장관 등 전·현직 총장을 가리지 않고 지방대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최 총장은 “대학 정원 감축 효과가 없는 이유 중에는 정원외모집 확대시행도 있다. 표면적 학생 숫자가 줄어들더라도 정원외모집 숫자가 늘어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지방대들의 정원 감축 노력은 헛수고나 다름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정원외모집은 입학자원이 급감하고 있는 지금 지방대 공동화(空洞化)와 수도권 집중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정원외모집을 폐지하고 정원내모집으로 전환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되풀이 말했다.

김봉구 기자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1-08-08 오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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