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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후 구성원 대책까지 점검해야”
전문가 4명 긴급 지상토론… 정부주도 퇴출 부득이

반값 등록금 논란에서 출발한 대학 구조조정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핵심 쟁점인 부실대학 퇴출 문제에 관한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설립자의 비리 등 부실경영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봐야 한다는 의견부터 입학자원 감소 등 외부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는 관점까지 폭이 넓다. 학교법인 해산시 잔여재산을 일부 설립자에게 돌려줘 부실대학 퇴출의 법적 경로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각에 따라 설립자의 ‘먹튀’ 논란도 제기된다.

본지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출범, 교육 당국의 하위 15% 대학 퇴출 방침 등으로 부실대학 퇴출 논의가 가속화된 지난달 초부터 부실대학 퇴출 논의의 의미와 법적 퇴로 확보 등을 시리즈로 짚어왔다. 이번 회에는 대학과 법조계, 시민단체 전문가들에게 정부 정책과 그간 제시된 법안들의 적절성을 묻는 지상토론을 마련했다. 토론에는 이성호 중앙대 교수, 독고윤 아주대 교수, 이재교 법무법인 서울다솔 변호사,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이 참여했다.

 
▲토론자 : 왼쪽 사진부터 이성호 중앙대 교수, 독고윤 아주대 교수, 이재교 법무법인 서울다솔 변호사,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 정부주도 퇴출 부득이… 비리재단 엄중처벌 ‘선긋기’

- 부실대학 퇴출이 본격화됐다.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나, 아니면 정부가 앞장서야 하나.

이성호 교수 = 국·공립대 정리·통폐합을 정부가 맡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가 직접 15% 수치까지 정해 구조조정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정도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교육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길 문제다. 정부가 할 일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선택을 돕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잣대를 들이대 15% 퇴출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 닫는 대학의 지역 국회의원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겠는가. 언론에 대서특필된 비리·부패가 확연한 몇몇 대학들을 제외하면 퇴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재교 변호사 = 원론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지만, 자발적으로 퇴출할 대학은 거의 없다. 정부 개입이 부득이한 형편이다. 더구나 지금은 반드시 부실대학 퇴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등록금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학위 장사’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퇴출은 진입과 맞물려 있다. 부실대학이 퇴출돼야 능력과 의욕을 가진 새로운 사람이 대학을 설립해 교육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안진걸 팀장 = 정부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방향 설정에는 문제가 있다. 부실대학을 솎아내기 이전에 불법과 비리가 판치는 대학과 재단부터 퇴출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부실대학 운운하며 주로 지방대들을 퇴출시키기 전에 대학 개혁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대학 개혁에는 국가 차원의 획기적 지원 확대가 전제된다. 이런 데는 눈감고 자꾸 부실대학 퇴출로만 몰아가면 논의 자체가 왜곡된다. 결국에는 부실대학 회복을 위한 정부 책임은 회피한 채 부실대학 학생들에게만 피해를 전가시키게 되지 않겠는가.

독고윤 교수 = 부실대학 퇴출에는 당연히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자율이 중요하지만, 자율과 책무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책무 이행을 제대로 못하는 부실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꼬집어 말하면, 부실대학 퇴출에 앞서 대학 전반에 만연한 부실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 부실대학으로 지목되지 않았어도 불법투자와 분식회계가 이뤄지는 대학들이 있다. 대학들이 내부적으로 부실을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정립하고, 문제가 발견됐을 때 단호히 조치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 ‘재산 환원’ 인센티브 필요 vs 설립자 사유재산 아냐

- 핵심 쟁점은 대학 해산시 잔여재산 환원 여부다. 어떻게 보는지.

이재교 변호사 = 반드시 잔여재산 환원이 필요하다. 소위 ‘먹튀’ 논란이 있는데,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이익만 챙기는 게 먹튀다. 부실대학 퇴출의 경우 경영자의 법인 운영권을 박탈하는 대가 개념으로 잔여재산을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부실대학 퇴출이 요원하다. 법인 해산시 재산이 100% 국고나 공익법인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경영권 포기에 따른 아무런 보상이 없는데 누가 대학 문을 닫겠는가. 잔여재산 일부 환원은 그 자체가 바람직하다기보다 부실대학의 ‘원활한 퇴출을 위한 수단’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성호 교수 =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잔여재산을 돌려주라는 의견에 찬성한다. 원칙적으로 사립대는 사유재산이다. 비리사학에 돌려줄 몫은 없지만, 부실대학은 다르지 않나. 현실을 잘 봐야 한다. 교수가 월급 100만원을 못 받고, 정원 30%가 안 차는 대학도 꽤 있지만 해산할 수 없다. 당장 실업자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대학 문을 닫을 경우 교직원 실업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정부에서 이들을 국·공립대 교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면 일부 재산을 환원해 퇴출대학 구성원 위로금 차원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

독고윤 교수 = 설립자만 사립대 주인이라는 대전제가 잘못됐다. 대학 퇴출 지경까지 몰고 간 운영자라면 주인 자격도 자동 상실했고, 잔여재산 권리도 잃어버렸다고 봐야 한다. 그간 등록금 받아 딴 짓 안하고 학교 운영에만 썼어도 부실해질 수가 없는 구조다. 결국 국내 사립대의 부실은 등록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잔여재산까지 돌려주는 것은 공정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다. 때문에 부실대학 구조조정에 앞서 사립대 회계 투명성 보장이 선결 과제다. 현행 법에 따라 사립대들이 결산 보고서만 제대로 제출해도 회계 투명성은 높아지고, 부실대학 처리도 지금과 같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진걸 팀장 = 대학은 공공재다. 잔여재산을 돌려주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설립자는 소액의 재산을 출연한 후 권력과 명예, 급여 등 유·무형의 이득을 얻었는데 무엇을 더 준다는 것인가. 오히려 대학 퇴출시 중앙·지방정부에 귀속시켜 국·공립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비리로 몸살을 앓다 시립으로 거듭나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천대가 좋은 사례다.

■ 자발적 퇴출 불가능한 구조 ‘출구비용·대책’ 필수적

- 대학 구성원이 동의하는 자발적 퇴출이 가능한지. 또 퇴출에 따른 필요한 대책은.

이성호 교수 =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심지어 비리사학에서도 비리가 없었다면 잘 운영할 수 있었다,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하는 형국이다. 단순한 경영부실대학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사립학교법 전부개정안을 면밀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부실대학에 유예기간을 주고 일정 기간 세금 면제 혜택을 주는 등의 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무조건 문을 닫는 것보다 건실한 대학과의 통합이나, 퇴출하더라도 강점이 있는 분야는 살려 연합할 수 있게 정부가 조정·유도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퇴출대학 교직원에 대한 사후대책 등을 폭넓게 고민한 뒤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재교 변호사 = 다른 학교법인과 합병하는 게 아닌 이상 구성원 동의에 의한 자발적 퇴출은 실현가능성이 없다. 퇴출의 불가피함을 설득하고 어느 정도 강제 집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체적 기준을 세워 부실 경영자가 횡재하는 일이 없도록 보완해야겠지만, 잔여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줘 구성원 위로금으로 보상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동시에 퇴출대학 학생의 편입 준비비용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독고윤 교수 = 부실대학 퇴출 명목으로 교직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만 교육의 본질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학생 피해 보전만큼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것보다는 먼저 공금 횡령, 임용 비리, 건설 비리 등 모든 형태의 경영 부실을 사립대에서 퇴출시키는 엄중한 관리가 필요하고 이런 움직임이 사립대의 위기의식과 자정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안진걸 팀장 = 자발적 퇴출 가능 여부는 논외로 하고, 필요한 대책이나 인센티브는 부실대학 설립·경영자에게 재산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교육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부실대학을 모두 국·공립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유럽 국가들처럼 사회적 조건과 지방의 상황, 구성원 합의 등을 거쳐 궁극적으로 70~80%는 국·공립대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 “충원율 지표 현실적, 지방대 불리하지만 감수해야”

-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등 주로 충원율이 구조조정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합당한가.

독고윤 교수 = 학생 충원율은 그 대학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지표다. 경영 측면에서도 등록금 수입 등 해당 대학의 재무구조와 연관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충원율이 낮은 대학을 통폐합해 구조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성호 교수 = 현실적으로 충원율 위주 지표를 활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다른 마땅한 지표가 없다. 충원율이 100% 그 대학의 현실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수요-공급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있다. 고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킬 때 평가하는 관점과도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특히 충원율은 상위권 대학의 순위나 역량을 가리는 데는 부적절하지만, 하위 몇 개 대학을 가려내는 데는 비교적 정확한 지표다.

이재교 변호사 = 대학의 경영 부실 여부는 정성평가·정량평가 요소를 종합해 평가하는 게 맞고, 충원율 지표는 정량평가 지표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지방대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수도권과 지방대의 퇴출 기준을 달리 한다면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는가? 그렇잖아도 대학 퇴출에 구성원들이 강력 반발할 텐데, 불공정 논란까지 겹치면 현실적으로 퇴출작업이 실현되기 어렵다.

안진걸 팀장 = 지방대 죽이기가 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지방대가 충원율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주요 평가지표가 돼서는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정부나 대학의 잘못을 왜 죄 없는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용도로 쓰나. 이런 지표들이 구조조정에 악용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구조조정의 칼날만 휘두르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당연히 지방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간의 지방 소외를 비롯해 국비 지원도 적었던 만큼 지방대에 더 많은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정리 = 김봉구·이정혁 기자 paper81·blinddance@unn.net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1-08-08 오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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