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1주년을 맞은 오연천 서울대 총장
<사진>의 지난 1년은 한 마디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8일 서울대 법인화법 국회통과는 서울대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사건으로, 오 총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20일 이후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으로 꼽힌다.
지난 5월에는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총학생회가 본부관을 점거하는 서울대 사상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으며, 이와 관련한 일처리는 매끄럽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렇지만 소탈하고 부지런한 성격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과 뛰어난 행정력, 그리고 일의 추진력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다. 오 총장의 1년을 ‘공’과 ‘과’로 정리해봤다.
■ 행정전문가 면모 ‘공’= 오연천 총장의 ‘스펙’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행정전문가’라 할 수 있다. 경기고·서울대 출신인 오 총장은 지난 1983년부터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행정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특히, 이장무 전 총장과 정운찬 전 총장 시절 대학평의원회 재정위원장, 특별재정위원 등으로 일하며 행정력과 추진력을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총장 당선 이전에도 서울대 인문대 예산 50억원을 확보한 일, 축구장 인조잔디 설치를 주도한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 1년간의 발전기금 모금은 전임 총장들에 비해 탁월하다는 평가다. 지난 1년 동안 오 총장이 모은 대학발전기금은 600억원 이상이다. 오 총장은 이에 대해 지난 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전임 이장무 총장의 1년 모금 목표액인 500억원의 120%를 모금하는 게 내 공약이었다”며 “올해 목표치인 600억원을 이미 상당액 초과했다”고 밝혔다.
전임 이장무 총장시절 발전기금을 담당했던 남익현 서울대 기획처장은 이에 대해 “이장무 총장 때부터 발전기금모금을 ‘지속 가능성’ 부분에서 체계화했고, 오 총장 역시 발전기금 모금에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편”이라며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초과달성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총장의 공로는 남 기획처장의 말대로 오 총장의 부지런함과 큰 관련이 있다. 강준호 기획처 2부처장은 오 총장에 대해 “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 쓰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여 왔고, 그 결과 기업 연구소와 각종 해외 합작 연구소 유치 등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영입은 이러한 오 총장의 노력이 맺은 결실로 꼽힌다. 당시 안 원장은 KAIST 석좌교수로, 데려올 당시만 해도 잡음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연구 분야에서 서울대와 우위를 다투는 KAIST에서 유명인을 데려온 것은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아울러 안 원장의 경우, 오 총장이 취임 1주년에서 강조한 서울대의 ‘융합교육’을 주도할 최적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큰 공로로 꼽힌다.
■ 위기관리능력 의심 ‘과’= 그렇지만 대학에 각종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하는 오 총장의 자세에 대해서는 지적이 많다. 오 총장은 평소 소탈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게 서울대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교수, 교직원, 학생뿐만 아니라 청소 용역직원이나 시간강사들까지 챙기는 일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실제 기자들의 회식 자리에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올 정도로 소탈하다.
지난 4일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도 기자들을 향해 “서울대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건의를 해 달라”고 스스럼없이 부탁하기도 했다.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뉴욕대 석박사 등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 오 총장의 별명은 ‘관악동네 이웃집 아저씨’로 불릴 정도다.
이와 같은 ‘오연천식 감성 리더십’은 서울대 법인화 이후 불거진 위기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5월 30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법인화에 반대해 ‘본관 점거’라는 방법을 택한 가장 큰 이유로는 서울대 본부의 일방적인 법인화 추진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학생들은 서울대 법인화법 이후 계속해서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렇지만 오 총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법인화를 추진해오다가 직접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본관 점거 이후 즉각 학생들과 대화에 나서지 않았고,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완고하게 반대해 일을 키웠다는 평가다.
서울대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서울대 학술림’ 문제 역시 이런 부류다. 전남 광양시민들이 백운산에 대한 서울대 법인 사유화를 우려해 ‘백운산 되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화나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해 본부 점거농성을 벌여오던 대학 총학생회가 한 달 가까이 이어온 점거농성을 해제하면서 법인화 작업은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법인화 추진을 가로막은 장애물은 모두 제거됐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서울대는 내년부터 법인화로 거듭난다.
오 총장이 머릿속에 그려둔 서울대의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는 몰라도, 서울대의 법인화가 향후 오 총장의 남은 임기 내내 오 총장에게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년을 ‘다사다난’하게 보냈지만 남은 3년 역시 오 총장에게는 다사다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