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위원회(이하 구조개혁위)가 지난 9일 부실대학을 가늠하는 10개 평가지표를 확정했다. 기존 학생 충원율 지표 외에 법인 관련 항목을 추가하고, 일부 보완책을 발표하는 등 지표를 다듬었지만 지방대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지표들을 현실적으로 개선해 지방대들이 퇴출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대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같은 잣대로 경쟁시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 충원율, 교원 확보율 등 모든 지표에서 지방대가 불리한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숫자가 늘어나며 수도권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다. 대학의 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대체로 수험생들의 선호도를 살펴보면 우선 서울, 경기도 대학에 가고 싶어하고 다음이 충북·충남, 그 다음은 강원도 춘천 소재 대학 순”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논의되는 지표대로 경쟁할 경우 지방대부터 퇴출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부실대학의 주요 지표로 꼽히는 ‘학자금대출제한대학’ 23개 대학 중 경기도 용인 루터대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대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지방대 기획처장은 “대학별 정원 감축을 수도권 대학부터 먼저 적용하는 방식 등을 채택하거나 구조조정보다 컨설팅 방식을 진행하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현행 평가지표들을 적용했을 때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뮬레이션을 정확히 돌려보고, 한쪽에 지나치게 불리하면 이를 감안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룹별로 나눠 부실·퇴출대학을 선정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교육역량강화사업·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사업 등 기존 국책사업 선정시 분류대로 △국립대/사립대 △수도권/비수도권 △대형/소형 등으로 나눠 그룹별로 부실대학을 선정하는 게 합당하다는 얘기다.
박승환 대구가톨릭대 기획처장은 “현실적으로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차이가 크다. 충원율·취업률 모두 마찬가지”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을 분리해 평가하거나, 지방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 모 국립대 기획처장도 “ACE사업 평가를 겪어보니 그룹으로 묶어 평가·선정하는 방식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립 준칙주의로 방만한 운영의 계기를 제공해놓고 이제 와서 통폐합과 퇴출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수다. 정부가 강제 퇴출로 몰아가기보다 각종 평가를 통해 수요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부실대학은 자연 도태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런 논란을 잠재우려면 부실대학이 자발적으로 해산하는 길을 열어주는 게 선결과제다. 잔여재산의 일부를 돌려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율적 퇴출을 유도할 경우 정부 주도 강제 구조조정으로 인한 잡음을 없애고, 당장 대책 마련이 난망한 해당 대학 구성원들의 구제조치도 어느 정도 마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송영식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구조개혁위에서 법인 관련 지표도 포함키로 결정했는데 이 역시 지방대에 불리한 내용”이라며 “법인이 토지를 처분하려 해도 용도 전환해 매매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70% 가까이 부과돼 사실상 처분이 불가능하다. 또 교원 확보율을 높이려면 재정 압박을 받게 되는 등 지방대의 악순환 구조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표 개선이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정부가 대학의 강제 퇴출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지방대 법인 관계자는 “강제로 대학을 퇴출하겠다는 것은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 재산권을 모두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정부 주도 대학 퇴출이 현실화되면 해당 대학들이 제기하는 법적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법인 관계자들은 잔여재산 30%까지 설립자에게 돌려줘 해산 장려금으로 지급토록 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사립학교법 전부개정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설립자 개인 몫으로만 챙겨가는 게 아니라 구성원 위로금·보상금 지급에 쓰도록 해 설립자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강제 퇴출의 경우 해당 대학 설립자나 교직원에 대한 구제조치나 후속대책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조전혁 의원 발의안에 참여한 이재교 법무법인 서울다솔 변호사는 “현행 법에서는 대학법인 해산시 100% 국고나 공익법인에 귀속돼 누구도 퇴출에 응하지 않게 돼있다. 경영권 포기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면 퇴출에 대한 반발을 줄일 수 있다”며 “잔여재산 환원 자체가 바람직하다는 게 아니다. ‘원활한 퇴출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