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종 제한 없이 기간제 근로자 쓸 수 있어= 법 시행으로 다가올 가장 큰 변화는 비정규직 중 최대 다수를 차지하는 기간제(계약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하면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뒤집어 보면 2년 이내에는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다는 말도 된다.
기간제를 직종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것도 예전과 달라졌다. 또 정규직과 같거나 비슷한 직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이 합당한 이유 없이 임금이나 근조조건에서 차별받을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해 시정을 요구, 임금 보상 등 차별시정 명령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차별 금지’의 경우 국·공립대와 교직원 300명 이상 사립대는 오는 7월부터 적용받지만 100~299명과 100명 미만 사립대는 각각 2008년 7월과 2009년 7월부터 적용된다.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 관계자는 “종업원 규모를 판단하는 기준이 대학의 경우 교원과 직원을 합한 숫자여서 소수의 소규모 사립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들이 사실상 오는 7월 1일부터 차별금지 조항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에 의한 정규직 전환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 빨라야 2009년 7월이다. 법 부칙에 “2년의 규정은 법 시행 후 근로계약이 갱신되거나 기존 근로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정규직 전환 시점을 판단하는 기산점이 2007년 7월 1일이란 뜻이고, 이전의 근무 경력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대학들, 고민은 많지만 뾰족한 수는 못 찾아= 이에 따라 대학들도 관련 법률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에서 아직 시행령을 내놓지 않아 머리만 싸매고 있다.
이화여대 송유정 인사과장은 “대학은 워낙 비정규직의 종류가 많아 고민만 하고 있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라며 “시행령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 전에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이해룡 인력개발팀장은 “법령을 검토하고 전문가 자문을 구하기도 해보지만 딱 부러지게 기준을 못 잡고 있다”라며 “관계 법령이나 타 대학의 움직임 등을 주시하면서, 모두가 이해되는 선에서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대전제만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고민이 깊은 데에는 ‘대학’이라는 특수성도 작용한다. 등록금에 의존해야 하는 재정구조 상 한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계약직 채용을 늘리는 추세인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원 사이에 업무 차이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이해룡 팀장은 “직군제를 활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우리은행이나 이마트의 경우 직무 구분이 명확할 수 있지만 대학은 담당 업무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제일 고민”이라며 “가령, 임금 차별이라고 했을 때 몇 퍼센트나 차이가 나야 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교육부는 법 시행에 따라 지난 연말부터 교원, 인사, 대학병원 등 부문별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립대 직원의 경우 비정규직 현황 파악 작업 등을 통해 2월까지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간강사 부분은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정년 전임교원의 경우 법에서 기간을 정해서 임용하라고 했기 때문에 비정규직 법 적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시간강사는 4월쯤 시행령이 나와 봐야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 더 양산한다는 비판도= 비정규직 관련 법이 오히려 대학에 비정규직을 더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한정이 정책국장은 “법 시행으로 앞으로는 대학본부 등 상시업무도 파견직을 쓸 수 있게 됐다”라며 “청소, 수위 정도가 외주 용역이었는데 앞으로는 전산 관련 파트나 도서관에도 외주의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벌써부터 ‘일용직인데 용역으로 가라고 할 것 같다’는 상담 전화가 가끔 걸려온다”며 “비정규직 법이 비정규직을 더 양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재홍 영남대 교수(법학)는 “비정년 계열 교원의 경우 2~3년 계약이 많은데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라며 “아예 처음부터 2년 이내로 계약하거나 미리 해고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뾰족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총무·인사팀장들의 모임인 전국대학 총무행정 관리자협의회가 오는 7일 오후 3~5시 중앙대에서 토론회를 열기로 해 관심을 끈다. 관리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중앙대 조주형 총무과장은 “비정규직 법과 관련해 궁금해 하는 대학들은 많지만 아직 시행령 등이 안 나와 속만 태우고 있어 자리를 마련했다”며 “전문 노무사를 초청해 특강을 듣고 질의·응답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