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국문과(학과장 서상규)는 마광수 교수가 맡은 2007학년도 과목을 모두 폐강시키기로 결정했다. 도작 행위에 대한 학교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마 교수에게는 치명적인 조치다.
교무처 관계자는 “폐강은 수업 개설권을 갖고 있는 국문과의 요구로 6일 결정됐다”고 밝혔다. 국문과가 도작 행위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번 폐강을 결정했다는 설명. 연세대는 학과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이번 조치는 사실상 마 교수의 ‘축출’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에 앞서 국문과 교수회의는 1월 31일 성명을 발표, 마 교수가 표절의 책임을 지고 강단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2월 1일 연세대 홈페이지(
www.yonsei.ac.kr)에도 게재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논란의 중심에는 국문과 교수사회 내부의 ‘알력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마 교수의 표절 행위와는 별개로, 국문과 교수들의 성명 발표와 폐강 조치는 지나친 처사라는 중론. 지난 2000년 국문과 교수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마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던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 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다.
성명을 발표한 교수회의의 실체가 불분명한 것부터가 문제다. 상시 기구가 아닌 교수회의의 구성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 연세대 모 교수는 “학과 교수 몇 명만 모여도 ‘교수회의’는 성립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문과 모 교수도 “교수회의 자리에 불참하면서 결정을 ‘위임’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을 것”이라 전했다. 몇몇 교수들이 마 교수의 퇴진 요구에 앞장섰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마 교수는 폐강 조치를 ‘사형’·‘린치’로 받아들였다. “학과에서 담합해 강의를 뺄 수도 있다”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 그간 동료 교수들의 이해를 부탁해 왔던 마 교수는 “잘못을 무조건 감싸달라는 게 아니라, 징계위원회에서 결정 날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했다”며 막막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 교수는 “교양수업까지 몽땅 폐강시킨 건 나가라는 소리”라며 “연세대는 학과 권한이 워낙 막강해 학교 차원의 조치는 별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에도 한솥밥 먹는 식구들에 의해 재임용에서 탈락한 전례가 있고, 뻔히 다 아는 선·후배 지간이라 심리적 타격이 심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국문과 교수들의 일방적인 폐강 조치는 수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생 정혜교 씨는 “국문과 교수들의 성명서 발표는 마 교수보다도 더 부끄러운 학자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국문과 교수들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성주 씨도 “표절 행위 처벌을 심의하는 교원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가 존재한다”며 “국문과 교수들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처벌이 결정될 때까지 자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계위의 입장 표명과 마 교수의 거듭된 사죄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표절 문제. 국문과 교수들의 성명 발표와 폐강 조치로 인해, 논쟁의 불씨는 교수사회의 ‘권력관계’로 옮겨붙었다. 당사자인 마 교수는 12일 열리는 징계위원회 결과를 보고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