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 추수적인 학문, 현실 옹호적인 학문보다는 현실을 비판하는 학문이 필요합니다"
국내 최고의 마르크스 경제학자인 김수행(65)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3일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민교협 포럼'에서 자신의 퇴임 이후에도 마르크스 경제학의 학맥이 끊기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풀어냈다.
그는 강연에서 서울대 경제학부가 최근 내년 2월 정년 퇴임하는 김 교수의 후임으로 마르크스경제학이 아닌 '경제학 일반' 분야 전공자를 뽑기로 결정한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자본주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마르크스 경제학 등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학문이 대학에서 계속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제의 금융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일하지 않고 큰 돈을 버는 금리생활자들이 이익을 독차지하면서 결국 사적 이익이 공적 이익을 지배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결국 국가가 다시 개입해 세금 통해서 공공의 투자, 사회의 안전, 지식기반 사회의 교육 등에 기여하는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60년대 대학은 4.19와 5.16 등으로 강의가 이뤄질 분위기가 안됐어요. 미안하지만 엉터리 선생들도 많았구요. 대신 동아리에서 선후배들과 경제학을 공부하는게 굉장히 좋았어요"
당시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학과내 동아리인 '경우회'가 자신을 마르크스 학자로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회고했다.
"맑스와 엥겔스 레닌 책은 당시에 금서여서 읽었다는 것만으로 끌려가 고초를 받아야 했지요.그래서 2학년때는 일본어를 배워 일본어로 맑스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경우회 2년 선배인 신영복씨가 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서 그의 삶이 바뀌게 돼었다고 한다.
"그 분한테 책을 빌려봤다는 이유로 남산으로 끌려가 15일간 잡혀있다가 다행히 기소유예로 풀려난 뒤 외환은행 조사부에 입사했는데 2년뒤 런던지점으로 발령 받았죠"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당시 유럽이 맞은 경제 공황과 혁명을 경험하면서 자본주의 이론에는 없는 공황론을 마르크스를 통해 공부하는 '행운'을 얻었다고 했다.
우여곡절끝에 맑스 공황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마르크스 전공자가 많았던 한신대 교수로 임용된 뒤 2년간 각 대학을 돌면서 시간강사로 마르크스 전도사로 활동했다.
이후 89년 2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의 요구에 힘입어 서울대 교수에 임용됐다.
마르크스 이론을 전파하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 그는 국내 최초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완역하면서 마르크스 경제학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퇴임 후에도 강의를 통해 마르크스를 전파하고 싶다"는 그는 퇴임 후 지인들과 함께 마르크스 주의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사회과학대학원(가칭)을 설립해 후학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올해 중으로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라는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