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부인 최윤희 씨의 편입학 관련 청탁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만에 총장직에서 중도하차했다. 30일 열린 연세대 재단이사회에 불참한 정 총장은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했고, 이사회는 5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이를 수용해 정 총장의 사퇴를 최종 확정지었다.
이로써 총장 흔들기와 편입학 부정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29일) 저녁 연세대 구성원들에게 간결히 해명한 뒤 곧바로 사퇴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아 논란이 학내외로 퍼져나가는 것은 막은 셈.
학내 구성원들은 정 총장의 사퇴를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연세대 교수들은 “정 총장의 평소 성향을 봤을 때 금품 수수에 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혐의를 인정한다기보다 학자적 양심과 연세대 명예를 걸고 용퇴를 한 것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파문이 확산돼 대학 이미지가 실추되기 전에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것이다.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입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내 딸이 연세대 면접을 봤는데도 떨어졌다”면서 “총장이라고 해서 일반 교수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논란도 결국 불합격돼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라며 입학 비리 의혹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 총장이 기독교 정신이 강한 데다 내성적 성향이라 말 그대로 도덕적 책임을 진 것으로 본다”면서 “임기도 얼마 안 남은 상황이다. 불미스러운 사건을 질질 끌고 가기보다 빨리 일단락 짓고, 선거를 치러 넘어가는 것도 학교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교육과학대학의 한 교수도 “(정 총장은) 성실한 분이었는데, 아쉽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본인으로선 괴로웠을 것”이라며 “입시에 관한 한 여러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해서 부정입학은 없었을 것이다. 돈 받고 편입학을 하기는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과대학의 한 교수는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는 지켜보려고 했다”면서 “사퇴 표명은 이번 의혹의 진위 여부를 떠나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용단을 내린 점은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총장의 사퇴와는 별개로 편입학 청탁 여부는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 총장의 이른 사퇴 결정이 혹 있을지도 모르는 편입학 부정을 덮는 ‘연막탄’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사회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사실 일반 교수들은 신문 지상으로만 사건을 접했을 뿐이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구성원들에게 이번 사건의 전모를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구성원들도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과대학의 한 교수도 “정 총장의 해명과 사퇴 사이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면서 “지금 사퇴를 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사퇴라는 결정보다 사건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했다는 얘기다.
연세대생 이준용 씨(국어국문·4)는 “일반 입학과 달리 편입학은 더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 총장님 사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이와 별개로 편입학 부정 의혹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규식 씨(문헌정보·4)도 “총장님이 돈을 받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편입학 부정 관련 수사는 별도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사회의 사퇴 수용 발표 직후 긴급 교무위원 회의를 열어 사태 수습책과 직무대행체제 구성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영렬 대외협력처장은 “우선 총장 사퇴 사실을 교무위원에게 알리고, 직무대행체제 등을 논의했다. 정관에 따라 윤대희 교학부총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총장의 사퇴가 결정되면서 검찰 수사도 본격화 할 전망이다. 서울 서부지검은 이날 사건을 형사 5부에 맡기고 관련자료 수집에 들어가는 등 수사 채비를 갖췄다. 거래과정에서 차용증이 없고 이자도 전혀 내지 않은 점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검찰은 부인 최씨의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정 총장 측도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