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장선거 '2002년 사태' 재현되나
교수투표제 놓고 법인은 '폐지' 교수는 '강행'
2002년 법인 임명한 김정배 총장 사퇴 후 재선거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회(이사장 현승종)가 지난달 18일 총장선임 규칙을 개정한 데에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 총장선거가 본격화되는 다음 달까지 법인과 교수간의 갈등이 풀리지 않을 경우 2002년 15대 총장선거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고려대 이사회는 2002년 당시 이필상 교수가 교수직선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김정배 총장의 연임을 결정해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김정배 총장이 취임 전 사퇴하고, 새로 총장선거를 실시해 어윤대 총장이 당선된 것.
이번 17대 총장 선거도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고려대 교수의회(의장 김민환)는 지난 16일, 이사회가 폐지한 전체교수투표(예비심사)를 그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법인이 교수들의 예비심사 결과를 무시하고 총장을 선임할 경우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예비심사 방식은 네거티브(부적격)에서 포지티브(적격)로 바꾸려 했지만, 교수들의 반대가 많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법인은 지난달 18일 이사회에서 개정된 총장선임 규칙대로 총장선거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교수 예비심사를 유지시켜달라는 교수들의 요청을 받았지만 거부했다. 홍인근 법인 상담역은 "교수의회가 이사회에서 폐지한 예비심사를 부활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개정된 규칙을 바꿀 수 없다"며 "법인은 개정된 규칙에 의거해서 총장선거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은 다음달 4일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에 심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만약 법인이 교수의회의 예비심사를 거치지 않은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할 경우 2002년과 같은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교수의회 관계자는 "법인이 교수 예비심사에서 부적격자를 선임하거나, 아예 예비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람을 총장으로 선임할 경우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의회와 법인이 다투는 쟁점도 2002년 때와 관련이 깊다. 교수들은 법인이 일방적으로 총장선출방식을 바꿨다고 비판하고, 법인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총장선출방식을 개정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차는 2002년 김정배 총장 사퇴 후 법인·교우회·교수 대표들이 모여서 만든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및 총장선임 규칙'(이하 총장선임 규칙)에서 비롯됐다. 당시 법인과 교수대표는 직선제를 총추위를 통한 간선제로 바꾸면서 대안으로 교수 예비심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예비심사는 본 규칙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별도지침인 '처리지침'에만 명시됐다.
따라서 법인은 총장선임 규칙(제5장 26조 : 규칙의 변경)을 들어 총장선출방식을 이사회 의결로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인근 법인 상담역은 "규칙의 변경은 '법인, 학교(교수), 교우회 관계자로 구성된 개정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해 이사회가 의결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수의회 관계자는 "당시 예비심사를 시행하기 위해 처리지침을 만들었고, 이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것을 막기위해 3자가 개정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도록 한 것"이라며 "2002년 당시 법인이 예비심사제도를 규칙에 넣길 꺼려 3자가 합의로 별도지침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법인이 일방적으로 무효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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