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대학육성특별법 제정이 1차적 과제다.”
9일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세미나는 그간 논의되던 사립대 재정확충 방안을 최종 확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자리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맡아 추진하면, 사립대총장협의회는 사립대학육성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서강대 총장)은 세미나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선 사학육성특별법으로 사립대에 대한 지원근거를 마련해 5조3000억원의 재정을 확보하고 이것이 합리적으로 분배될 수 있는 방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까지 포괄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보다는 재정이 열악한 사립대에 대한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대교협에서 맡아 추진하고, 사립대육성특별법 제정은 사립대총장협의회에서 맡도록 역할 분담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학법 개·폐 문제는 사학에 대한 육성방안이 확보되고 나서 추진하기로 했다. 손 회장은 “규제위주의 사학법은 육성위주의 사학육성특별법 제정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사학법 보완의 필요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대총장협의회는 지난해 8월 대학자율화와 재정확충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재정분과(연구책임자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와 자율화분과(연구책임자 이시우 서울여대 교수)를 만들어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에 관한 중간발표는 지난해 11월 한동대에서 열린 1차 세미나에서 발표됐다. 이날 열린 2차 세미나에서는 연구결과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발표됐다.
자율화분과의 연구책임을 맡은 이시우 서울여대 교수(행정학)는 사립대육성특별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대학교육의 80%를 담당해 온 사립대의 공헌도과 공공성을 인정하고,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과 국·사립대간 교육비 부담의 공평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사립대학육성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제안한 법안은 △사립대 경상비 총액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이상으로 국가예산에 계상(제3조 1항)하고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사립대 지원 가능성 규정(제3조 2항)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신 학교법인은 ‘학생의 경제적 부담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교육여건 개선노력을 의무화한다(제4조 1항)’는 내용을 담았다.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일부 사립대의 구조조정방안에 대해서는 사립대학육성위원회를 설치해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립대육성위원회는 대통령(3인)과 국회(3인)가 추천하는 6인을 비롯해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 사립대총장협의회장 등이 참여하는 9명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위원회는 사립대에 대한 경상비 지급비율, 지원조치, 감액, 중단 등의 방안을 심의하고, 학교법인의 해산과 잔여재산처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쟁력 없는 사립대까지 일률적인 지원으로 생존시키느냐는 문제에 대해선 “교부금 지원 시 학생충원율이나 재정건전성, 취업률 등의 요건을 만들어 이를 충족하지 못한 대학에 대해선 경상비 감액이나 중단조치를 취하면 쓰러져 가는 대학까지 교부금이 가진 않을 것”이라며 “10% 정도의 사립대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립대 경상비 지원 효과에 대해서는 △사립대 교육여건 개선 △등록금 인상 억제 △소득재분배 △비전임교원에 대한 처우 개선 △사립대 간 경쟁 제고 등을 제시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교육학)는 “사립대 교원 인건비의 반액(2.8조원)을 국가가 지원하면 등록금 수입의 23%를 충당할 수 있어 등록금 인하 효과가 생긴다”며 “사립대 교원 수도 50%(2만2135명)를 증원할 수 있어 교육의 질적제고도 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학법 개정방향에선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에 대한 문제점이 집중 거론됐다. 이 교수는 “개방이사 선임권이 학교법인에 있지 않고 대학평의원회에 있기 때문에 사학의 설립·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다”며 “개방이사제를 폐지하거나 개방이사를 학교법인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인사로 선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리재단에 대한 자정 노력에 대해선 “사립대학의 공정·투명운영을 의무화(제4조 2항)해 비리를 저지른 재단은 복귀할 수 없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대학평의원회에 대해선 “교무위원회를 거친 사안이 대학평의원회와 이사회를 통과해야하는 것은 대학경영자 입장에선 3중고에 해당하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대학평의원회를 자문기구화하거나 폐지하고, 기존의 교무위원회와 학·처장회의를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재정 분야의 연구를 맡은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도 대학 경쟁력을 갖추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립대의 재정확충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등록금 인상요인을 흡수하기 위해선 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하영·남준석 기자/사진 :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