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우리 대학 변화의 화두는 대학의 자율화다. 대학 운영의 기본 원리이자 본질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의 자율성은 건국 이후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인 자신이 자주적으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과 연구를 자유롭게 한다는 ‘학문의 자유’라는 내용적 의미와 학문의 자유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 운영을 자주적으로 한다는 ‘대학 자치’의 수단적인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쳐 왔던 대학 자율화는 내용적으로는 학문의 자유도 포함하지만 이보다는 대학 자치를 더 강조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학의 자치라 함은 교육·연구·사회봉사 등 대학의 사명과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모든 사항을 대학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해방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 대학은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체제 아래 정부의 지시와 간섭에 철저하게 길들어져 대학 자치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고, 복잡한 공동체인 대학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을 기르지도 못했다. 이러한 대학 자치의 미숙과 리더십 부재로 온전한 자율은 아니지만 많은 자율을 쟁취해 놓고도 많은 대학들이 제 길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대학이 대학 안에서 중앙집권적 행정체제를 답습하고 있거나 대학이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대학 발전에 구성원들이 동참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은 대학이 지나치게 본부 중심으로 중앙집권되어 있거나 세력화되어 있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십이 부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대학의 변화와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것은 대학 구성원들의 의식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따져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 변화와 혁신의 주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행동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 많은 구성원들이 본부에서 추진하는 대학 정책에 방관하고 동참하지 않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가 하면 본인들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크거나 작은 일에도 편협한 집단이기주의로 갈등과 반목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이제 대학 자율화의 시대를 맞아 자치역량이 미흡하고 복잡한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한 대학 그리고 아직도 구시대적 대학상에 안주하면서 낡은 사고와 의식으로 무장된 구성원이 많은 대학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심화되는 대학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통한 대학발전을 꾀하기 위해 잘못된 제도와 틀도 바꿔야 하지만 무엇보다
도 총장을 비롯한 모든 대학 구성원과 구성원 조직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선 대학이 사람 중심의 중앙집권적 행정의 틀에서 벗어나서 시스템 중심으로 굴러가도록 행정체제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 총장 이하 모든 보직교수는 대학 구성원 및 구성원 조직이 대학의 변화와 혁신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동참토록 유도하는 소통의 리더십 그리고 변화 주도형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모든 구성원은 철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대학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는 자세로 대학의 변화와 혁신에 동참하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대학 내외의 구성원 조직들도 대학 발전이라는 하나의 비전 성취를 위해 편협한 이해관계를 떠나 화합하는 모습과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결국 대학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인 복잡한 공동체지만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모두가 하나 되는 ‘유일한 공동체’를 만들어 내야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될 수 있다는 데 모든 구성원이 생각을 함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