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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연구윤리 : '실적과 명성' 유혹에 빠져 양심 외면
<대학 정체성 확립과 신뢰회복 시리즈>
대학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교수들의 연구윤리 회복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남의 논문을 짜깁기해 마치 자신의 논문인 양 발표하는 행위는 절도보다 더 큰 범죄다. 원저자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실적을 부풀려 독자를 기만하고 이를 통해 금전적 이익까지 얻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연구 부정의 관행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문분야별 연구부정지침이나 표절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을 계기로 각 대학과 학회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등의 노력도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연구부정 행위 유무를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 끊이지 않는 연구부정 사례 =
홍익대는 지난 2월 미대 대학원 박사학위를 받고 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교수 2명의 학위를 취소했다. 두 교수는 지난해 5월 시민단체인 ‘예술과 시민사회’로부터 표절 의혹을 받아 왔으며, 홍익대가 해당 논문을 검토한 결과 표절로 확인됐다.

P교수의 경우 다른 사람의 석사학위 논문 등 총 15편의 논문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S교수 역시 다른 사람의 논문 17편과 인터넷 백과사전 내용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처벌은 관대하다. 과거 관행으로 누구든 연구부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때문이다. 젊은 교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논리도 작용했다.

홍익대는 두 교수에게 대학원에 재등록해 표절로 결정된 부분을 고친 뒤 논문 재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두 교수가 소속된 대학도 내부 검토를 거쳐 교수 신분 유지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P교수의 경우 임용 요건이 아니었고, S교수는 임용 뒤 발표된 논문이기 때문에 교수 직위 박탈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교수의 표절을 제보한 시민단체는 당시 두 교수를 포함해 홍익대 17명, 이화여대 10명 등 12개 대학 42명의 석·박사학위 논문 45편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해 표절 시비가 더 불거질 전망이다.

■ 연구부정 왜 일어나나 = 연구부정행위는 크게 위조·날조·표절 등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각 대학이 연구성과를 승진이나 업적평가에서 강화하면서 교수들이 느끼는 연구부정의 유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앞선 연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그런 분위기가 교수들을 연구부정의 유혹에 이르게 한다. 서울 소재 모 사립대 교수는 “요즘에는 방학에도 연구성과 때문에 출근하는 교수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정상적으로 가기에는 너무 힘들고, 쉽게 가는 방법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양적 연구업적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질적 평가의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남표 KAIST 총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논문 수보다는 한 편의 논문이라도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많이 보는 우량 논문을 쓰는 교수를 높이 평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대학들도 논문 수보다는 논문의 인용지수(IF·임팩트팩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연구부정을 줄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부정의 또 다른 원인으로 실험실 내부의 문제도 있다. 교수와 제자는 물론 선후배 간 억압적인 분위기와 엄격한 상하관계가 문제다. 선배나 지도교수들이 후학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부정을 부추키는 경우도 많다.

■ 연구윤리의 중요성 = 대학의 연구부정행위는 해당 교수 개인은 물론 소속대학을 믿지 못할 집단으로 비춰 대학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다. 국내 연구 결과물이 해외 저널에서 인용되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해외의 국내 대학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적인 망신을 산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연구부정행위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논문을 게재했던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해외 저명 학술지에서 황 전 교수 사태 이후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죄없는 대다수 국내 연구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 구성원들 또한 자신이 속한 대학에서 떳떳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경우 오명을 뒤집어 쓰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연구과제를 수주할 때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는 “연구자 스스로 도덕적인 기준을 세워야 하지만, 학교차원에서도 연구자들이 연구부정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책임 있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항상 체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 국내 대학들 연구윤리 확립 방안 실태 = 연구윤리 부정을 없애기 위해 정부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학술지 평가항목에 윤리지침이나 규정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1점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윤리규정의 구체성을 엄정하게 평가해 추가 5점을 부여해 최고 6점으로 확대했다. 정진호 학진 지식확산팀장은 “거의 웬만한 학회는 윤리규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다수 논문이 학술지에 제출되기 때문에 학회에서만이라도 연구윤리가 강조된다면 연구자들도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국내 연구윤리 활동 실태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과 학회의 기관심의위원회나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기타 연구윤리위원회 등은 2007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경우 설문에 응한 136개 대학 중 연구윤리 관련 위원회 설치 대학은 103곳(75.7%)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15.7%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윤리 관련 부서는 66개(48.5%)에 그쳐 전담 부서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관련 부서 설치한 대학 중 95.5%가 다른 업무와 겸임해 전담부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연구윤리헌장 또는 강령·규정·지침을 만든 곳도 97곳(71.3%)에 달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노트 관리지침은 14곳(10.3%)에 불과해 실질적인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처리 규정도 지적된다. 부정행위의 판정 기준이 상세화되지 못한 때문이다. 또 조사위원직을 기피하거나 검증 자료 수집도 쉽지 않다. 연구부정 의혹을 받은 교수와 제보자, 조사위 참여자의 신분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 관행이라는 이유로 연구부정에 면죄부가 부여되거나, 정치적인 목적에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연구부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술진흥재단에 의뢰해 이뤄진 ‘인문사회분야 표절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기초 연구’에서도 이 부분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학진 연구에서는 ‘주요 단어를 중심으로 6단어 이상이 연쇄적으로 반복되면서 핵심적 아이디어를 실질적으로 가져다 쓰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는 것’을 표절로 규정하자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각 학문분야별 연구자들의 문제제기가 빗발쳤다. 학문분야별 학회에 따라 선행 연구의 70%까지 활용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기도 한다. A학문에서는 표절로 문제되지만, B학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학술연구분야 표절 및 중복게재 가이드라인’ 제정은 아직까지 답보상태다. 이승복 교과부 학술연구윤리과장은 “교육부와 과기부가 합친 뒤 과학기술분야를 합쳐서 추진하고 있다”면서 “학문 분야마다 이견이 워낙 많아 언제 가이드라인이 나올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현재 학문분야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수렴을 받고 있지만, 가이드라인 제정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용수기자 unnys@unn.net>

■ [박스] 해외의 연구윤리 확립 사례

미국 “엄격한 법규정, 더 엄격한 대학 지침” = 미국에서는 연구자의 금전적 이해 갈등 때문에 연구 진실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법규정이 있다. 대학은 정부 법규정보다 더 엄격한 내부 지침을 갖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방향성과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 연구윤리 교육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특징도 있다. 인터넷 확산이 표절로 이어지자 학생들의 리포트를 검색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영국 “법규정보다 유연한 지침과 강령” = 영국 정부는 연구윤리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2001년부터 ‘연구 거버넌스’라는 포괄적 개념을 제시해 대학과 연구기관이 준수토록 요구하고 있다. 연구윤리 표준을 정부 기구나 정부가 직접 정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대신 정부가 의뢰한 위원회의 지침이나 보고서 형태의 지침이 유연성 있게 제시된다. 각 대학은 이 지침의 기본 골격을 받아들이면서도, 대학 나름의 실정에 맞게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득보다 실이 많은 부정행위” = 프랑스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연구윤리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다. 대신 국가 연구기관의 방침이 있으며 법에 근거해 설치된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주요 사안을 처리한다. 연구윤리의 중요성이 낮은 때문이라기보다는 연구부정행위가 많지 않기 때문. 박사학위 취득 후 수년 내에 대부분 종신연구직을 받아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연구부정의 유혹이 크지 않다. 대신 연구부정행위가 발각되면 이후 연구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독일 “지원받으려면 제도를 만들라” = 독일은 헤르만-브라흐 사건 직후인 1998년 6월 독일연구재단 총회는 '바람직한 과학 실천 규정'을 채택해 대학 등에 통보했다. 연구비 수혜를 받는 모든 기관은 이를 준수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 대학과 각 연구기관은 이 규정의 16개 항목 가운데 적어도 제1항에서 8항까지를 수행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어야 연구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일본 “이제 시작이다” = 일본은 도쿄대 다이라 가스나리 사건(2005년)과 같은 논문조작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이화학연구소에서 자체 연구윤리규정을 마련했다. 또 일본학술회의도 2006년 4월 '과학자의 행동규범'과 '과학자의 행동규범의 자유적 실현을 위하여'를 통해 보완했다. 여기서 '과학'은 자연과학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까지 포함한 것으로 학문 전 분야 연구자들이 준수해야 하는 원칙을 담았다.

<출처: '해외 연구윤리 확립 활동 사례(교과부·학진, 2008년)'>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04-20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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