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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약사 충원률 37%, 병상수는 증가세
약사인력 부족, 근무환경 열악 이직률도 높아
병원약사회 “연간 약사인력 수요 최소 500명”
 ‘약사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가장 크게 들리는 곳이 병원약국이다. 2008년 대한병원협회가 발간한 ‘전국병원명부’에 따르면 전국의 총 병상 수는 34만262개. 2009년 병원약사회에 신고 된 병원약사는 417개 병원 2548명이다. 현재 ‘80조제건수 당 약사 1인을 둬야 한다’는 의료법시행규칙을 적용하면, 병원약사 충원률은 37.6%에 불과하다.

충원률이 낮은 것은 의료법시행규칙이 강제성을 띄지 않기 때문이다. 황성주 충남대 약대학장은 “법으로는 조제수 80건당 약사 한명을 고용하도록 돼 있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실행을 안 해도 그만”이라며 “패널티나 인센티브를 줘야 충원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대학약사회가 약사 신상신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약사 수는 2만8700명. 이중 약 80%인 2만2925명이 개국 약사나 약국근무 약사다. 병원 등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약사는 8.6%인 2493명에 불과하다.

병원약사는 이직률 또한 높다. 2006년 병원약사회 실태조사 결과 이직률은 27.3%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부담과 열악한 근무여건이 원인으로 꼽힌다. 송보완 병원약사회 부회장은 지난해 발표한 ‘병원약사 인력 현황 및 수급개선방안’ 연구보고에서 “2008년 8월 현재 신고 회원(병원약사)수는 2380명이며, 이중 신규 회원은 480명으로 조사됐다”며 “연간 병원약국에서 필요로 하는 약사 인력은 최소 500~550명일 것”으로 추정했다. 병원약국의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매년 500명 이상의 약사 충원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병원 신설이나 대형병원의 병상 수 확충이 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05년~2007년에 이미 3588병상이 확충됐고, 2008년에도 2254병상이 늘어났다. 올해부터 2015년까진 △서울성모병원(1200) △오산 서울대병원(600명) △용인 연세대병원(1000) △용인 경희대병원(800) △수원 을지대병원(1000) △화성 한림대병원(800) △서울보훈중앙병원(600명) 등이 각각 병상 확충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2015년까지 수도권에만 약 1만2000병상이 증설될 전망이다.

더군다나 학계에선 현재 ‘조제건수’로 돼 있는 약사인력 기준을 ‘병상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대 6년제로 임상약학 교육이 강화된 만큼 약사 인력산정 기준도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기준은 ‘30병상당 약사 1인’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병원약사 수는 더 부족하게 된다. 의료기관들의 병상수 확충 움직임과 더불어 병원약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송보완 병원약사회 부회장은 연구보고에서 “약사법상 조제는 반드시 약사가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병원약국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어 약화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한다”며 “수도권 병상확충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앞으로 병원약사 인력 수급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약사 수 부족에 대해 대한약사회 등에선 ‘유휴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전국에 약사 면허 보유자는 총 5만8000명 정도. 이중 대한약사회에 신상신고를 한 숫자는 2만8700명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신고를 하지 않은 약 3만 명의 약사는 대부분 유휴인력으로 보면 된다”며 “약사 수가 부족하다면 유휴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년 배출되는 약사 가운데 유휴인력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이들을 활용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계에선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한 국립대 약대 교수는 “약사의 성비를 보면 여성비율이 훨씬 많다. 여성 약사는 최고의 신부감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대체로 경제적 능력이 좋은 데로 시집을 가고, 그러면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유휴인력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휴인력 방지를 위한 노력도 좋지만, 그보다는 약사 배출규모를 늘리는 일이 효과적이란 얘기다.

미·일, 약대 총정원 제한 두지 않아
약학교육 인증·평가 통해 질관리
일, 6년제 도입...정원제한 풀어
미, 인증 받으면 신규설립 가능


현재 학계에선 약사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대한약사회에선 부족하지 않다고 맞선다. 그러나 우리나라 약사 수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 200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만명당 약사 수는 6명. 이는 헝가리(5)·네덜란드(2)·노르웨이(4) 보다는 많지만, 캐나다(8)·벨기에(12)·프랑스(12명)·아이슬란드(11)·이탈리아(9)·룩셈부르크(7)·포르투갈(10)·스페인(10)·영국(7)·호주(7) 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2004년 기준으로 볼 때 일본(13)과 미국(8)도 우리나라 보다 약사 비율이 높다.

2000년부터 6년제 약대로 전환한 미국은 1만명당 약사 수가 우리 보다 많지만, 약대 총정원에는 제한은 없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오정미 서울대 교수는 “미국은 원칙적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지금도 약대가 계속 설립되고 있다”며 “정부가 총 정원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약학인증기관인 ACPE에서 인가를 받고 학생을 모집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약학 교육과정은 전문대학원 형태를 띤다. ‘2+4’가 원칙이지만, 일반대학을 졸업, 학사학위를 소지하고 약대에 입문하는 학생이 85%를 넘기 때문이다. 일부(6%) 약대에선 아예 학사학위를 입학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머진 신입생을 받아 약대에서 예과교육을 하는 ‘0+6’ 형태나 학부 2년을 마치고 5년의 약학교육을 받는 ‘2+5’ 대학이다.

2005년 현재 미국 약학교육인증기관인 ACPE의 인가를 받은 약대는 89개교다. 비교적 약학교육이 잘 이뤄지는 대학의 전임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0명을 넘지 않는다. 오정미 교수는 “UCSF(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약대의 경우 매년 117명의 신입생이 입학, 총 460여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음에도 전임교수 수는 89명이다”며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6명을 넘지 않고, 실무실습을 지도하는 프리셉터도 600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전임교수 1인당 학생수가 1대6을 넘지 않으면서, 실무실습은 1대1 교육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일본도 2004년 5월 14일 법률 개정을 통해 6년제로 전환한 뒤 약대 정원 제한을 풀었다. 그렇게 해서 매년 배출되는 약대 졸업자는 1만2000명. 이중 약사시험에 합격, 면허를 취득하는 인력은 8000명 정도다.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세영 경희대 교수는 “일본도 6년제 전환에 앞서 약사 수요 예측을 했지만 정원 제한을 풀어도 괜찮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신약개발에 투입될 인력을 감안, 약대 정원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은 도쿄대·교토대 등 상위권 대학 약대는 ‘신약개발’로 특성화를 이뤘다. 정 교수는 “중하위권 대학은 임상약사를 주로 배출하지만, 상위권 대학은 신약개발 연구자를 중심으로 배출하고 있다”며 “6년제 시행 전보다 약대 정원이 약 2배가량 늘어난 일본에선 그중 70%가 약사 국시에 합격하고, 나머지 인력은 대부분 신약개발 인력으로 배출된다”고 밝혔다. 충분하진 않지만, 일본의 경우 우수한 인력들이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구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약대 정원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매년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정 교수는 “정기적으로 교육여건과 교원 확보, 시설 투자 등을 평가해 인가를 계속 내 줄지 결정하는 방식으로 질 관리를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약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학생 수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신약개발 걸음마, 인적·물적 자원 투입해야
제약업계 종사 5% 이하...약대 증원 불가피
“신약 연구·개발 투자도 뒷받침 돼야” 지적


정부가 국가신성장동력 분야로 신약개발 부문을 선정한 것은 그만큼 가치창출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약개발 1건은 소형차 수백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매출을 올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화이자제약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지난해 매출액은 81억 달러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신약개발은 걸음마 수준이다.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신약이 없다. 전체 제약산업 규모는 약 110억 달러로 화이자제약의 ‘리피토’ 하나의 매출액 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제약사가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14개다. 이중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등재된 국산 신약은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 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글로벌 신약이 아닌 ‘국내 신약’에 머물러 있다.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와 제약사의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08 의약품산업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제약산업 R&D 투자액은 △2003년 2886억9000만원 △2005년 3939억6000만원 △2007년 5845억9000만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세계 1위의 제약사 화이자제약의 연구개발비 약 8조원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신약개발을 담당할 연구인력도 부족하다. 2007년 대한약사회에 신고 된 약사 2만8005명 중 제약·유통에 종사하는 약사는 5.7%인 1585명에 불과했다. 올해 초 집계한 대한약사회 신상신고 회원 2만8700명 중에서도 제약업계 종사는 4.6%인 1345명에 머물렀다. 더욱이 제약업계에 종사한다고 해서, 모두가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인력은 아니다.

약대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이 때문에 나온다. 전체 약사의 80%가 약국 종사자이기 때문에, 신약개발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약대 증원이 더 필요하단 얘기다. 정세영 경희대 약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신약을 한 번도 개발해 본 경험이 없다”며 “정부가 신약개발 부분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면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단계적으로라도 약대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약개발을 담당할 연구인력을 투입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이 나오려면 연구개발 기간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제약회사에 취업하는 젊은 약사는 많지 않고, 그마저도 오래 버티지 못해 이직률이 높다”며 “이직률이 높다는 얘기는 처우가 나쁘다는 얘기다. 신약개발이 이뤄지려면 투자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9-09-21 오전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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