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계약학과 실효성 논란 ‘확산’
교과부, 운영형태 ‘제약업체 직원 재교육’으로 정해
약대들 “수요 적고, 함량미달 학생 많을 것” 우려
“해보지도 않고 반대하나” 지적도... 찬·반 엇갈려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존 20개 약학대학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겠다고 한 계약학과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교과부와 약대들에 따르면, 교과부는 최근 각 약대에 전달한 공문에서 “계약학과 이수 대상자는 해당업체의 기 채용된 직원을 원칙으로 하나, 신규 채용된 직원도 교육대상에 포함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원 100명의 계약학과 운영형태를 ‘제약업체 직원에 대한 재교육’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존 약대들은 △산업체의 수요 문제 △부정입학 우려 △기존 약대학생들과의 실력 차이 등을 들어 실효성이 없다고 목소릴 높이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달 20일 약대 정원신청일(오는 12월 11일)을 기준으로 산업체와 계약학과 운영계약을 체결한 대학으로부터 계약학과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단 제약업체는 학생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를 가진 제약업체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문제가 먼저 제기된다. 이용수 덕성여대 약대 교수는 “이미 잘 나가는 대형 제약회사의 경우 약대 졸업생들의 지원이 많은데, 1인당 (약대 졸업 시까지) 4000만원 이상의 학비를 지원해 주면서까지 투자를 하겠느냐”라며 “실제 약사인력이 필요한 업체는 이러한 투자를 할 수 없는 열악한 업체가 대부분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과부는 제약업체가 학생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최소 3~5년간 해당 업체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또한 “3~5년 정도 근무시킬 수 있는 인력에 대해 4000만원 이상을 투자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미희 대구가톨릭대 약대 교수는 “졸업 후 제약회사에서 몇년 근무하다가 이후에는 약국으로 빠지는 학생들이 많을 텐데 제약회사 입장에서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학생 선발과정에서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업체의 입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의 한 사립대 약대 교수는 “학생 선발권을 대학이 갖는다고 해도, 제약업체가 학비를 대는 상황에선 업체측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약회사 임원과 가까운 학생이 기여입학 등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입학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약대 학생들과의 실력차이도 문제다. 계약학과는 ‘정원 외 선발’로 학생을 뽑는다. 때문에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을 치르고 입학한다 해도, ‘정원 외 선발’ 내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임동술 삼육대 약학과장은 “PEET시험이란 게 일정한 합격선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점수 갖고 정원 외 학생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지는 지원자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계약학과 정원 10~20명을 받은 대학에선, 업체에서 보내는 학생이 적을 경우 정원 채우기에 급급해질 수 있다. 임동술 학과장은 “대학이 정원 채우기에 급급해질 경우 PEET시험 성적이 낮아도 약대에 들어오는 학생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계약학과가 장기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다. 한 지역대 약대학장은 “기업에서는 필요한 약사인력이 채워지면 더 이상 학생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계약학과가 장기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단 계약학과 정원을 확보한 뒤, 향후 계약학과 운영이 중단되면 해당 정원을 자연스럽게 약대 정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속내를 가진 대학이 많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시작도 하기 전에 반대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약대 학장은 “계약학과 100명은 교과부가 복지부 증원안에서 추가적으로 확보한 정원인데 이를 해보기 전에 안 될 것만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수요가 있는 제약업체를 찾기 위해 대학이 발로 뛰고, 선발과정에서 부정이 없도록 입시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추가적으로 100명의 정원을 추가 확보했으니, 적당한 제약업체와 우수인재를 뽑으려는 노력은 대학의 몫이란 지적이다.
교과부도 계약학과를 통해 직원을 재교육할 제약업체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제약산업으로 진출하는 산업약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며 “기업체가 인력이 필요한 만큼 계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 한곳과 여러 개의 기업이 협약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입학이나 기존 학생과의 실력 차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교과부 관계자는 “계약학과 선발권은 대학측이 갖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선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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