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연일 금빛 낭보를 전하며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이상화와 모태범, 이에 앞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꿔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 이들에겐 같은 대학 07학번 동기생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밴쿠버의 영웅들을 길러낸 한국체육대(총장 김종욱, 이하 한체대)가 뜨고 있다. 19일 현재 동계올림픽 종합순위 5위를 기록 중인 한국의 성적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이중 한체대 재학생 모태범(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금, 1000m 은), 이상화(여자 500m 금) 이승훈(남자 5000m 은)이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한체대 체육학과 동기생의 메달 릴레이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이승훈.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꿔 출전한 50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깜짝 스타가 됐다. 모태범은 더 큰 ‘사고’를 쳤다. 이규혁, 이강석 같은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생일에 열린 500m 경기에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목받지 못해 오기가 생겼다”던 모태범은 이후 1000m 경기서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상화도 남자 동기생들의 뒤를 이었다. 여자 500m 경기서 또 한번 금메달을 따내며 단박에 한국을 ‘세계 빙상강국’으로 끌어올렸다.
한체대는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1977년 설립한 스포츠 전문 특수대학. 체육학과 총 정원 480명으로 서울대 구 공과대학에서 문을 열어 1985년 오륜동 현 캠퍼스로 이전했고 1993년 현재의 ‘한체대’로 교명을 변경했다. 지금은 △체육학과 △태권도학과 △생활무용학과 △체육학부 △사회체육학부 △스포츠건강복지학부 등 체육 관련 학과·학부를 개설해 엘리트 스포츠 교육과 함께 생활체육 활성화, 스포츠문화 선도에도 힘쓰고 있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남녀 첫 금메달로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한체대는 그간에도 국가대표의 산실, 금메달리스트의 요람으로 자리잡아왔다. 역대 동·하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 중 약 30%가 한체대 출신이다.
앞선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11개 메달 중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고 밴쿠버 동계올림픽에도 대학생 출전선수 중 가장 많은 7명을 대표선수로 내보냈다. ‘우생순’ 신화를 쓴 여자핸드볼 대표팀, 쇼트트랙 3관왕 안현수를 비롯해 역도·양궁·태권도·레슬링·배드민턴 등 다양한 종목의 쟁쟁한 선수들이 당시 한체대 재학생 신분으로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같은 한체대의 저력은 수많은 국가대표와 메달리스트들을 배출한 자체 인재풀의 선순환구조에서 나왔다. 선수시절 국제대회에서의 다양한 실전 경험과 수상 경력을 가진 선배 지도교수들의 열정적인 지도가 정착됐다. 어릴 적 자신의 우상이었던 스승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이 믿고 따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여기에다 ‘국가대표를 길러내는 대학’으로서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됐다. 한체대는 1000만원을 호가하는 근·지구력 보강기구를 태릉선수촌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체대의 축제 기운은 온라인에서도 감지된다. 홈페이지(http://www.knsu.ac.kr/) 화면을 가득 채운 모태범·이상화·이승훈의 메달 획득 팝업 뉴스가 눈에 확 들어온다. 한체대 관계자는 “같은 학과 같은 학년들이 이끌어낸 경사에 다들 너무나 좋아하고 있다”며 들뜬 분위기를 전했고, 재학생들의 활약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면서 대학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한체대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