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실무교육’이 흔들린다
변호사시험 과목에만 치중...실무교육은 뒷전
이론교수 과거 법대교육 고수, 실무교수 입지 약화
“로스쿨 출신 변호사 로펌서 외면할 것” 관측도
법학전문대학원의 실무교육에 대해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 ‘법대-사법연수원’으로 이어지는 6년의 교육과정이 3년으로 단축되는 만큼 실무교육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 과목에 치중하는 로스쿨 교육 △학점 비중이 낮은 실무과목 △법조실무교수의 이탈 등으로 로스쿨 실무교육이 취약하단 지적이 일고 있다.
◆로스쿨 ‘실무교육 강화’ 취지는 어디로=지난해 개원한 로스쿨은 ‘실무교육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다. 다양한 전공 출신의 로스쿨생을 전문 법조인으로 양성하기 위해선 철저한 실무교육이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이 점은 로스쿨 인가 기준에서도 반영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7년 10월 발표한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기준’에 △실무과목 개설 여부 △실습과정의 적절성 △법조실무경력교원 확보여부 등을 평가항목에 담았다. 이에 따라 로스쿨 개원을 인가받은 대학들은 판·검사, 변호사 출신 법조실무교원을 전체 전임교원의 20% 이상 채용하고, 실무과목을 개설했다.
현재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에선 △법문서작성 △실습과정 △법률정보조사 △모의재판 △법조윤리 등 5개의 실무기초과목이 개설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과목당 1학점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실무교육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상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예를 들어 법문서작성은 기존 사법연수원에서 1년 6개월간 가르치는 분야이지만 로스쿨에선 단 1학점으로 배우고 있다”며 “실무 과목이 대부분 1학점에 그치는 점이 로스쿨 실무교육의 약화의 대표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공법·민사법·형사법 등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데 기본이 되는 과목은 대부분 3학점으로 그 비중이 높다.
교육기간이 3년뿐인 로스쿨생은 변호사시험 합격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로스쿨 당국도 당장 2년 앞으로 다가온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명암이 갈리기 때문에 시험관련 과목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과목으로 편성된 실무수업들도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은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입지 좁아지는 로스쿨 실무교수들=이는 로스쿨 내에서 법조실무교수들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사립대 로스쿨 교수는 “어떤 대학의 경우 실무교수는 아예 이론수업을 가르치지 말라는 로스쿨도 있다”며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다 대학에 들어와 비중 없는 과목만 배정받고 만족하지 못하다가 떠나는 실무교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홍엽 법학전문대학원실무가교수협의회장(성균관대 교수)도 “로스쿨에서 이탈하는 실무교수 가운데는 본인이 기대했던 과목을 배정받지 못해 불만을 갖고 떠난 교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로스쿨 내에서 실무과목의 비중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이론과목의 비중이 낮아진다. 때문에 실무교육 강화를 위해 실무과목의 학점을 상향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일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모대학 로스쿨 교수는 “교수들은 과거 법대체제에서 가르치던 것을 고수하려고 한다”며 “로스쿨 교육도 실무보다는 이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내부에서 이런 교수들의 의견을 무마시키고 실무교육을 강화하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립대는 실무과목인 모의재판을 3학점으로 늘리고, 법문서작성 수업을 다른 과목에서 보충토록 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을 겪었다. 그나마 인하대는 방학 중 실시하는 실습과정의 학점을 기존 1학점에서 2학점으로 늘려, 이론교수들과의 마찰을 피했다. 장연화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방학중 헌법재판소나 법원, 로펌에서 받는 실습과정은 학과수업과는 별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점을 상향 조정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로스쿨 출신 실무능력에 대한 의문=로스쿨 실무교육이 비교적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게 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준비 부족이다. 실무교육에 대한 충분한 연구·검토 없이 로스쿨이 출범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실무에 투입되기 위해선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등이 정해지지 않은 채 로스쿨이 출범됐다”며 “로스쿨 개원 이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따로 실무교육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사법시험 합격자들은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실무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로스쿨 출신은 3년의 교육과정만 거치고 변호사시험을 보게 되고, 사법연수원처럼 실무교육에 집중하는 과정도 없다.
때문에 로스쿨 출신의 실무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전 경희대 로스쿨을 떠나 변호사로 복귀한 김주덕 변호사는 “로스쿨생이나 대학이나 변호사 시험 합격을 최우선 과제로 두기 때문에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이 자리를 못 잡고 있다”며 “로스쿨 출신은 변호사시험만 붙으면 따로 실무교육을 시키는 과정이 없어, 사법시험이 로스쿨과 병행되는 동안에는 로스쿨 출신을 선호할 로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경우 1년간 단독개업을 금지시킬 전망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게 1년간 법무법인이나 공공기관 근무경험이 없으면 단독 개업·수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로펌에서도 로스쿨 출신의 실무능력에 의문을 던진다. 지난 2008년 고려대가 국내 20대 로펌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로펌들은 로스쿨 출신보다는 사시출신 변호사를 선호했다. ‘당분간 사시 체제와 로스쿨 체제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출신별 채용 우선순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법학전공 사시 출신자를 선호한다’는 답변이 62%(10곳)로 1위를 기록한 반면, ‘비법학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는 답변은 12%(2곳)에 불과했다.
◆로스쿨 졸업생 대상 실무교육기관 필요성도=물론 이러한 지적에 대한 반론도 있다. 윤용석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실무교육이 강조돼야 하는 건 맞지만, 법학은 이론적 기반이 중요한 학문”이라며 “법 이론을 고민하는 판사는 있어도 절차를 고민하는 판사는 없다. 실무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지난달 21일, 로스쿨 학생들의 변론실력을 겨룬 ‘법정변론 경연대회’를 예로 들었다. 그는 “대회 당시 1위를 차지한 학생이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라며 “로스쿨 학생들은 일반학부에서 4년간 다양한 학문적 기초를 갖추고 로스쿨에 들어왔기 때문에 법학 받아들이는 수학능력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실무교육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중인 박정환씨(가명)는 “로펌에선 로스쿨 출신보다는 사시 출신을 선호할 것 같다”며 “법적으로도 변호사시험 합격 후 1년간은 단독 개업을 못하게 할 예정이니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실무교육과정을 개설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주덕 변호사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여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을 열심히 할 여유를 갖게 하든지, 아니면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무교육기관을 만드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로스쿨에서도 변호사시험 합격에만 주력하면, 종래 사시 폐해를 되풀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론과 실무교육의 병행을 통해 전인적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로스쿨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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