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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비전 2020’에 교수·학생 반발
“인문학 죽이기” “구성원 의견 배제” 주장
성균관대(총장 서정돈)의 중장기 발전계획인 ‘비전 2020’이 오는 8월 공개를 앞두고 혼란을 빚고 있다. 대외비로 관리되는 내용 중 학과 축소와 관련된 내용이 알려지면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는 것.

비전 2020은 지난 1997년에 시작된 ‘비전 2010’이 올해 말 종료되면서 새로이 수립된 계획이다. △학문의 융복합화 △대학의 글로벌화 △연구 수준 향상 등을 목표로 6대 과제와 85대 세부 과제를 담았다. 평택에 글로벌 캠퍼스를 짓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기존 학부를 통합해 신설하는 가칭 ‘문리과대학’ 부분이다. 신설되는 문리과대학 안에는 문과대학, 사회과학부, 경제학부, 자연과학부 등 기존 주요 학부 16개 중 대부분인 10~12개가 포함된다. 문리과대학이 신설되면 신입생들은 1년 내지 2년을 학부대학에서 기초교양과정을 거친 뒤 문리과대학에서 세부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성균관대는 지난 3월부터 교직원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공청회를 벌여가며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26일 교수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경영대·법대·사범대·예대·의대·공대 등 이른 바 ‘인기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들을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통합 모집하는 게 주요 골자이며, 이 과정에서 학과 규모가 대폭 축소된다”는 주장이 나온 것.

이에 대해 국어국문학·독어독문학·러이사어문학·문헌정보학·사학·영어영문학·중어중문학·철학·프랑스어문학·한문학과 등 10개 문과대 교수들은 교내 대자보를 통해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지난 10년간 세계 100대 대학진입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10의 비현실적 목표 때문에 이미 성균관대의 인문학은 황폐화가 됐다”면서 “허황된 비전 2020에 인문학과 인문학자들은 질식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문과대 학생들도 교수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문과대 최고 의결기구인 문학대회를 통해 지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문제가 확산되는 추세다. 문학대회는 “지난 19일 비전 2020에 대한 교수님들의 입장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전원 찬성으로 의결이 났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문학대회는 이에 대해 “2학년까지 교양위주 수업으로 듣고 3학년부터는 커리큘럼 선택해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학과는 폐지되고 커리큘럼만 남게 된다”며 “결국 비인기학과로 간주되는 학과는 폐지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학대회는 교내 대자보 등을 통해 △총장과의 공개토론회 조속 실시하고 학생의 참여를 보장할 것 △비전 2020을 즉시 중지하고 성균관 구성원과 논의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비전 2010에 대해 “당시 학생들에게 단위요구안 형식으로 제출하라고 중앙운영위원회에 통보해놓고, 결국 대학이 정해놓은 플랜을 고수하고 요구안들은 완전 무시한 적이 있다”며 의사결정의 비민주성을 우려했다.

한편, 대학측은 교수와 학생들의 움직임에 따라 당시 6월 9일로 예정된 학생 설명회를 앞당겨 오는 27일 열 예정이다. 당일 대학측과 학생들 간의 치열한 설전이 예상된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0-05-26 오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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