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법 결국 국회통과
지방국립대도 법인화···진통 여전
‘국립대학 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서울대 법인화법’)’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 내년 3월 1일부터 독립법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인사·등록금 등 자율성을 확보하게 됐다. 그렇지만 대학의 공공성 훼손과 기초학문 붕괴 등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대가 법인화 되면서 지방의 국립대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바뀌나=서울대 법인화법은 국립대이자 정부기관 중 하나로 운영되던 서울대를 독립법인화 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새로운 법인 이사회가 구성된다. 이사회의 규모는 7~15명 규모로, 총장·부총장을 비롯해 교과부 차관·기획재정부 차관, 평의원회 추천 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명목상으로는 외부인사가 절반 이상 포함되지만, 실제론 정부인사가 대거 참여, 정부의 개입이 우려된다.
이사회는 심의 및 의결 기구로, 앞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그동안 정부·학장회의·평의원회·기성회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정책 결정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담당한다. 특히, 교직원 직선제로 뽑았던 총장 선출은 총장선출위원회가 추천한 뒤 이사회가 선임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간선제로 바뀐다.
교수와 직원들의 지위 역시 달라진다. 그동안 공무원이었던 교직원들은 법인 직원 신분으로 바뀌게 됐다. 교수의 경우, 연구 능력에 따라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받게 된다. 다만 법인화 이후에도 법인 임용을 원치 않는 교수에게는 5년간 공무원 신분을 보장한다.
예산 결정 과정도 바뀐다. 정부의 허가 또는 승인 절차에 따라 정해진 국고회계·기성회회계에 따라 품목별로 지출해야 했던 예산은 이사회와 총장이 총액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내년부터 5년 동안 1조 882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공유 형태였던 서울대 재산들은 모두 법인 소유로 바뀌게 되며, 그동안 규제를 받았던 각종 수익 사업들도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초빙하던 외국인 교수도,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자율로 뽑을 수 있게 됐다.
■반응은 제각각=서울대 법인화법 통과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 측은 서울대 법인화법 국회 의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 “60년 이상 지속된 체제를 개편하는 계기를 맞게 됐다”고 반겼다. 또 “국립대학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정부조직으로서 갖는 경직성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법인화가 추구하는 ‘자율’과 ‘책임’을 통해 국가와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인화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지적사항들에 대해서는 “향후 시행령 및 정관 제정과 다양한 정책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에는 법인설립준비위원회 구성과 절차에 대해 논의하는 등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원장은 오연천 총장이 맡고,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대학 정관과 학칙 개정, 교직원 신분 전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환영하는 대학 입장과 달리 내부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8일 서울대 법인화법 통과에 대해 “총학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9일에는 교내와 국회 등에서 반대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법 통과과정에 대해 “학생·교수·직원들은 대학 기업화 흐름 종착역으로써 시도되는 법인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지만, 교과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서울대 법인화 안을 ‘쟁점이 없다’는 식으로 국회 의장이 직권 상정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몰상식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법인화반대 공동대책위원회(상임대표 최갑수 서울대 사학과 교수)’ 역시 “서울대 법인화법은 개별 대학 차원에서는 재정 지원의 대가로 재학운영에 개입해 대학이 시장논리에 따라 운영되도록 강제하고, 대학은 경쟁관계로 몰아넣고 대학운영 평가에 기초해 대학들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대가 법인화 되면 이를 발판으로 전국의 모든 국립대학들도 법인화 시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의 모든 대학들은 명실공히 시장경쟁체제로 편입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대 법인화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서 다른 지방의 국립대학교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인화를 고려하던 일부 국립대들은 법인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전국 국립대 내부에서 찬반양론이 들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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