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교육정책

목록
프린트 스크랩
약대 입시, 기초과학 흔든다
PEET 연관성 높은 화학·생물 전공생 유출 심각
대학선 “기초과학분야 학생 상당수가 약대 준비”
교과부 2+4학제 ‘통 6년제’로 개편 논의에 착수
기초과학 분야 학부 교육이 약대 입시로 멍들고 있다. 우수한 제자를 떠나보내는 교수들의 마음도 심란하다.

■ 한 단과대학서 50명 약대 진학=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 자연과학부에선 올해 50명의 학생이 약대로 빠져나갔다. 약대 2+4학제가 도입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2+4학제는 일반학부 2년을 마친 뒤 PEET(약대입문자격시험)를 통해 약대 지원이 가능한 제도다.

PEET시험은 언어·생물·물리추론 각 1개 과목과 화학(일반화학·유기화학) 2개 과목으로 나뉜다. 때문에 화학·생물·물리 등 자연과학대학 입학생 중 상당수가 약대 입시를 준비한다. 그나마 의·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학부 4학년 졸업 후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3~4학년 때나 MEET·DEET(의 치의학교육입문검사)을 준비했다. 그러나 약대의 경우 일반학부 2년을 마치면 약대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리·화학·생물 전공생들 중 상당수가 신입생 때부터 PEET를 대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서강대 자연과학부는 입학정원 210여명 중 18명 정도가 약대 진학을 이유로 자퇴했다. 허남희 서강대 화학과장은 “약대 입시가 기초과학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PEET시험을 위해 학원 수강을 따로 해야 하는 ‘대학생 사교육 문제’도 생기고, 기초과학 분야의 인력수급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학생 대부분이 약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현수 자연과학대학장은 “생명과학과 입학정원이 40명인데, 이 학생들 전부가 약대 입시를 시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학제·커리큘럼에도 악영향=전공학습 보다는 PEET 대비에 주력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자연과학대학 학제나 커리큘럼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송정현 건국대 물리학과장은 “약대 2+4학제 때문에 학부교육이 파행”이라며 “3~4학년생이 빠져나가면서 기초과학 학부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약대 준비생들은 PEET시험 영역만 공부하기 때문에 화학자나 생물학도로서 필요한 전공과목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김학원 경희대 응용과학대학 부학장도 비슷한 고민 중이다. 그는 “학생 본인이 (약대에)가겠다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떨어진 학생이 문제”라며 “약대 진학에 실패하면 커리큘럼이 엉망이 된다. 커리큘럼을 무시하고 PEET시험 과목만 듣기 때문에 3학년이 되도, 과목이수로만 보면 사실상 1~2학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국립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약대 진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학생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떠나보내는 교수들의 마음도 편지 못하다.

양민오 충북대 화학과장은 “이번 학기 약대 진학으로 자퇴를 한 학생이 6명”이라며 “이 학생들이 모두 우수한 학생들이라 공부를 잘 시켜 화학자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아쉬워 했다.

■ 지방은 상위권 빨아들이는 ‘블랙홀’=지방 대학에선 약대 2+4학제 도입 이후 화학·생물학과 입학성적이 올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상위권에 포진된 학생들이 약대 진학으로 빠져나가면서 기초과학 전공을 희망하고 들어 온 학생들까지 동요하고 있다. 양민오 학과장은 “우수한 학생들이 약대 시험을 보고 합격해 나가니까 나머지 학생들도 기초과학을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지 불안해 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대한화학회에선 약대 문제로 진지한 논의가 오갔다. 그러나 약대 2+4학제가 일부 지방대 화학과의 입학성적과 학생 충원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성명서 채택 등은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학회에 참석한 한 교수는 “약대 입시가 기초과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일부 학과 운영이 어려운 지방대 교수들이 약대 2+4학제가 학생 유치에 도움이 된다며 반대해 단합된 의견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약대 2+4학제에 대해선 약학계와 이공계가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아예 신입생 때 약대생을 뽑아 6년을 교육시키는 ‘통 6년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 교과부도 약학계·이공계·의학계 등이 참여하는 관련 자문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석영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약대 학제개편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전국 16개 대학 화학계열 1·2학년생 12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약대에 대한 관심도를 물어본 이 조사에서 2학년생 14% 정도가 “약대 진학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석 교수는 “자연과학대학은 연구를 통해 약학을 비롯한 타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원천 지식을 제공,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킨다”며 “약대 입시 등으로 인해 가속화된 이공계 이탈현상이 국가 차원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학계와 이공계 전반에 2+4학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학제개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회 교과위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현행 약대 ‘2+4학제’ 때문에 이공계는 약대 편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자연계·이공계 교육의 황폐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 6년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처음 2+4학제로 새롭게 문을 연 약대가 사실상 ‘실패’로 판정된 의학전문대학원의 전철을 밟을 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특별취재팀>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1-03-18 오전 2:40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6 4년제 동네에서 박카스파는데 무슨 6년이 필요하나 요즘 대학교육은 장사속에 인플레가 너무 심하다 2011-03-27
5 분할 최소한 약국 못 여는 그룹은 지금 시스템으로도 확실히 정상화될거다. 2011-03-21
4 분할 약국 열게 될 약사될 그룹과 제약회사 등 연구할 그룹으로 나눠라. 2011-03-21
3 ㅅㄷ교 신약개발도 기초과학의 중요한 분야입니다. 약대가는것도 자연대 내부이동으로 봐야하는거죠. 2011-03-21
2 ㅎㅎ 그물에 걸린고기는 놓아줄 수 없다라는 발상? 학생이 교수를 위해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2011-03-21
1 ㅎㄹ 기초과학을 전공할수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것이 우선이지 약대 못가도록 틀어막는게 우선인가? 2011-03-21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