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실현가능성은?
정치권 내 논란 확산, 예산당국 설득도 쉽지 않을 듯
고등교육 1조 증액 국가장학금에 ‘끼워 넣기’ 가능성도
여당 발 ‘반값 등록금’ 논란이 확대되면서, 향후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한나라당에서 마련 중인 등록금 인하방안이 나온 뒤 본격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원마련이 쉽지 않아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난 뒤 “공청회 등을 통해 의원·학생·학부모·대학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 여러 방안을 마련해 (정부 측과) 심도 있는 협의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도 일단 여당에서 안을 만들어오면, 그 때 가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황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 오는 6월까지는 당정 협의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 재원확보 방안이 관건=산술적으로 따지면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기 위해선 최소 6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팀장은 “추가 감세를 철회하고 4대강 사업을 조정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당정 협의에서 이에 대한 합의를 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재부는 대학 기부금 세액공제에 대해서도 연간 2000억원의 세수가 빠져 나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수조원의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방안에 기재부가 쉽게 동의해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더욱이 ‘황우여의 독주’를 우려하는 청와대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박재완 기재부장관 내정자가 “통일비용과 복지지출,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국가채무를 GDP 대비 3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국회 입법을 통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도 쉽지 않다.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조정 문제와 80%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이 걸림돌로 지적되기도 한다.
국회 교과위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대학에 일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10~20년 뒤에는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을 초과하는 데, 모든 대학을 일률적으로 지원하게 되면 대학 구조조정은 꼬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고등교육법을 개정, 아예 대학생 전원에게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을 명문화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정치논리에 따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야가 이에 대해 ‘대합의’를 볼 가능성도 높지 않다.
■ 차등 지원, 구조조정과 병행=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부실대학 퇴출 등 대학 구조조정과 등록금 인하를 병행하는 방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 일률적으로 대학생 전체에게 등록금의 50%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쪽으로 윤곽을 잡고 있다.
만약 여당이 예산 당국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고등교육예산 증액으로 국가장학금 규모를 늘리는 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도 대학생을 지원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며 “예산 확보를 통해 각 프로그램의 지원규모를 높이는 방안으로 등록금 인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교과부가 대학생에게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규모는 올해 예산 기준으로 7136억원이다. 이 중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이 3312억50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기초생활수급자 장학금 2025억원 △차상위계층 장학금 287억원 △저소득층 성적우수장학금 1000억원이 있다.
대규모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장학금의 지원규모를 늘려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자는 얘기다. 변창률 교과부 대학지원실장도 “당에서 먼저 제시했기 때문에 어떤 안을 만들어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미 국가장학제도, 취업후학자금상환제(ICL) 등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꾸준히 추진해 온 정책들이 있다”고 밝혀, 기존 장학제도 확대를 통한 등록금 인하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 기존 장학금 규모 확대 방안도=황우여 원내대표도 추가재원 규모에 대해 ‘1조원 이상’이라고 밝혀,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등록금 인하를 위해) 조 단위는 필요하다”면서도 “1조원 이상”으로 예산 확충규모를 제시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도 “현재 고등교육 예산 1조 5000억원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 중 1조원만 확보하게더라도 목표는 더 높게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 쪽의 발언을 끼워 맞추면 내년도 고등교육 예산 증액규모는 현실적으로 1조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재원으로는 반값 등록금 실현이 어렵다. 기존 국가장학금 규모에 증액된 예산을 편입시켜, 수혜자와 지원규모를 늘리는 정도로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럴 경우 총선을 의식한 ‘생색내기’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수조원의 예산을 확보해 등록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이 아니면 반발을 불러올 개연성이 높다.
정대화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등록금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지만 재원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현되더라도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소득수준에 따라 대학생들을 지원하더라도, 이미 적립금과 기부금이 많이 쌓인 대형 대학에 대한 지원은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또 대학 구조조정과 이를 어떻게 병행해 나갈지도 풀어야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재보선 이후 정치적 돌파구로 등록금 인하 카드를 내놓았으나, 찬반 의견을 아우를 방법론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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