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3일 2014년까지 등록금 부담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하자 대학가와 학생·시민단체의 반응이 엇갈렸다.
입장차는 크다. 대학들은 여당 안이 재원 확충 방안 등이 불분명한 점을 들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대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 등록금 인하만이 묘수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생·시민단체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애초의 기대에 못 미친 생색내기용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오 연세대 기획실장은 “한나라당 안(案)일 뿐, 청와대나 정부의 공식 안이 아니라 일일이 코멘트하기 어렵다"며 ‘논평 유보가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학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면 결국 국민 조세 부담이 늘어나는데 조 단위 금액 마련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학 부담금 5000억원에 대한 상세한 내용도 없고, 대학은 등록금 액수 자체를 낮추지 않는 전제 하에 장학제도 개선을 제시하는데 등록금 인하를 얘기하면 접점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성재호 성균관대 기획예산처장도 “구체적 금액이나 예산 배분 등 세부 방안이 나와야 대학도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며 “다만 등록금 문제 대처가 필요한 점은 공감하고 있다. 예산 부서와 협의해 고민하고 있고, 장학제도 개선책 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교육의 질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학에 대한 지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대학들이 자구책을 내놓고 있는데 매칭(matching) 형태로 예산을 더 부담하기는 어렵다. 교육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등록금 동결 자체가 인하나 마찬가지다. 등록금 부담 완화도 좋지만, 이런 조치들로 학교 본연의 교육·연구 기능까지 후퇴하는 결과가 나오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정화 한양대 기획처장도 “등록금은 낮추고 투자는 늘리라는 얘기인데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학 입장에서는 적립금을 투입해야 한다. 그럴만한 여력이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 처장은 “대학교육이 학생들의 미래 커리어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등록금을 깎자고만 하면 교육 인프라와 서비스 발전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지방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준검 울산대 기획처장은 “향후 추이를 보겠다. 개별 대학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미 그간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또다시 동결과 명목 등록금 10% 인하를 요구받으면 대학 입장에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을 일률적 잣대로 평가해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 사립대와 국립대의 등록금 차이를 줄이고 지방대를 육성하는 정책적 변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희 전북대 기획처장은 “무조건적 등록금 인하만이 묘수는 아니다. 대학에 부담금을 내놓으라는 것 역시 무리”라며 “재원 마련과 관련해 국립대 사업비를 삭감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반값 등록금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수도권 사립대들이 등록금 인상을 이끌어온 게 사실”이라며 “등록금 대책과 함께 지방대·국립대를 전략적으로 키우는 방향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시민단체들의 반응은 대학들과 사뭇 다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들고나온 여당이 당초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실현방안도 불투명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다.
강남훈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무엇보다도 여당이 내놓은 지원 금액 자체가 반값 등록금에 많이 모자란다. 그 자체가 국민들의 바람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도 “황우여 원내대표가 서민들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하지만 장학금 혜택 방식에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 지원하는 건 실질적으로 등록금의 현행 수준 유지나 다름없다”며 “재원 마련 역시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 의지의 문제다.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도 한나라당 안에 대해 일제히 반박 성명을 내놓은 데 이어 규탄 기자회견과 국민촛불대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대련은 성명에서 “내년 등록금 10%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장학금 확충 재원 역시 지난해 날치기로 폐지한 차상위계층 대상 장학금과 대학교육 예산을 뒤늦게 복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원 부족이나 저소득층 우선지원, 대학 혁신 전제 등은 핑계다.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부·여당의 임기 내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등록금넷 역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5조원 안팎의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 지원은 순차적으로 1조 5천억원에서 3조원에 그칠 전망”이라며 “여당 안대로라면 정부도 대학도 역할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7일 열릴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면담에서 예산 5조원 배정이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김봉구·김태환·이연희 기자 paper81·kth1984·bluepress@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