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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한 대한수학회장 '수학자 올림픽' 꿈의대회 연다
[사람과생각]꿈의 수학대회 ICM 유치 성공···“우리나라에도 필즈상 나오길”
“지난해 여름 라슬로 로바스 국제수학연맹 회장을 찾아가 ‘한국에서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s, 이하 ICM) 유치를 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Absolutely Impossible!(절대 불가능하다)’ 딱 두 마디를 던지더군요.” 

지난 4월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 서울 대회 개최를 이끌어낸 대한수학회의 김도한 회장(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수리과학부 교수)은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전 세계 수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꿈의 대회, ICM 개최는 당시만 해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ICM은 국제수학연맹(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 이하 IMU) 주최로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수학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다. 지난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처음 열린 이래 112년 동안 이어져 왔다.

4000여 명의 전 세계 수학자가 모이고, 개막식에서 개최국의 국가 원수가 40세 미만의 천재 수학자에게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여하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한국이 도전장을 던진 것은 지난 2007년 6월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다.

“당시 경쟁상대국은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과 캐나다(몬트리올)였습니다. 특히 캐나다는 2010년 개최를 두고 인도와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도시였습니다. 게다가 지난 2002년 중국 베이징 대회가, 2010년에는 인도 하이데라바드 대회가 결정된 상황이어서 ‘2014년 대회에 아시아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었죠. 누구도 우리나라가 2014년 대회를 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정부의 적극적 지원 사격이 이어지면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서한을 보냈고, 국무총리실에서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삼성·현대자동차·포스코 등 기업들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청와대를 찾아가 ‘ICM은 수학자들의 올림픽 같은 행사다. 정부는 올림픽 유치에 힘쓰고 있는데, ICM도 우리의 국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이니 도와 달라’고 했어요. 결국 국무조정실 심의를 거쳐 지원받게 됐죠. 국제학술대회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기업들의 후원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삼성은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기흥공장으로 데려가 IT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모습을 보여 주며 강한 인상을 심어 줬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지만 그 나라의 수학 실력이 뒤따르지 못하면 ICM 유치는 불가능한 일이다. ICM은 IMU가 부여하는 국가등급에서 4등급 이상인 국가만 개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만 해도 2등급이었다가 그해 4등급으로 두 계단을 뛰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 당시에도 논란이 일 정도였다. 현재 최고 등급인 5등급에는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10개 국가가 포진해 있다.

“지난 2006년에 ‘우리나라가 2등급은 아니지 않느냐, 등급을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3등급으로 신청하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IMU 전 일본수학회장단 가슈하라 교수가 ‘한국은 최상위 등급인 5등급도 가능하다’고 격려해 줬어요. 여러 조건을 따져볼 때 4등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결국 두 계단이나 뛰었습니다. 나중에 4등급이 되고 나서 알게 됐지만, 우리나라 수학 국제학술지 논문발표 순위가 전 세계 12위였더군요. 그만큼 우리나라 수학이 강했던 거죠.”

우리나라 수학의 위상도 대폭 뛰었고, 불가능했던 ICM도 개최하게 됐다. 김 회장은 그렇지만 우리나라 수학의 풍토에 대해서는 “연구 중심의 풍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골몰하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아쉽습니다. 중·고교에서 수학 한 문제를 2~3분 안에 풀도록 하고 있어요. 대학에서도 1년 안에 논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죠. 수학 문제는 몇 년씩 걸려야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려면 좋은 연구소가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프린스턴대의 고등학술연구소를 모델로 한 고등과학연구원에서 순수수학을 10년 넘게 연구해 자리를 잡아 가고 있고, 국가수리연구원은 얼마 전 통폐합 위기를 겪었지만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소들에 이어 좀 더 많은 연구소가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선진국 연구소의 시스템 벤치마킹과 함께 젊은 인재들을 잘 키워내는 일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 고교생 대표들이 세계 3·4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일들을 볼 때, 김 회장이 보는 우리나라 수학의 미래는 밝다.

“수학와 음악은 천재성이 필요한 학문이라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영재를 키워 내야 한다는 이야기죠. 다행히 우리나라 수학의 미래는 밝습니다. 대한수학회도 열심히 노력해 우선은 국가 등급 5등급을 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영재들을 잘 키워 필즈상 수상자까지 나오도록 할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은 급하게 군다고 이뤄지진 않아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9-05-11 오전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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