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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한다 
1995년 7월18일 검찰은 ‘5·18관련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 ‘전원 공소권 없음’결정을 내렸다. 한마디로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었다.

내란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시점에서 검찰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자 학계, 종교계, 문화계,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각층에서 비난성명이 줄을 이었다. 95년 5월은 광주 민주항쟁이 일어난 80년 5월부터 만 15년에 해당하는 시점으로 현행법에 따라 형사소송법상 공소 시효 만료가 적용된다면 전·노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처벌의 길은 영원히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당시 검찰의 발표는 3당합당으로 집권한 김영삼 정권의 한계와 함께 검찰이 ‘권력의 도구’로서의 비루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으로 통했다.

성공한 쿠데타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 모순’의 정점에 서있던 두 인물, 무고한 광주시민의 핏값으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노태우를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자는 일에 대학의 양심은 방관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연일 거리로 나갔고, 교수도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95년 내내 캠퍼스는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동맹휴업, 집회와 시위, 토론회, 서명운동, 영화상영, 문예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여론화시켜 나갔다.

학생들의 직접 행동은 5·18 15돌을 맞는 95년 5월18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그 막을 열었다. 한총련 소속 학생등 5천여명은 이날 “5·18책임자 처벌”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고, 일부 학생들은 정부종합청사 뒤편에서 “5·18 진상규명 및 책임자 기소” 등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5·18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요구

여름방학 중에도 꾸준히 이어졌던 5·18특별법제정 운동은 9월 한총련이 여론의 광범위한 지지 속에 학생 2만여명이 참가한 ‘5·18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제1차 총궐기’를 성사시키면서 더욱 탄력이 붙었다. 특히 학생의 날인 11월3일, 2차 총궐기는 전국 대학에서 수만여명이 동참해 5·18특별법 제정을 전국적 의제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교수들 역시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해 7월 고려대 교수 1백31명을 시작으로 불붙은 ‘5·18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교수 집단연대서명에는 서명시작 한달 후인 8월말 기준으로 전국 82개 대학과 광주·전남지역 교수협의회 소속 2백60명 등 4개 지역교수협의회,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등 총 4천89명이 참여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60년 4·19혁명 당시 교수들의 거리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집단행동으로 재야, 시민단체와 대학생 등이 벌여온 규탄집회, 시위 등과 맞물려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소장파 교수 중심의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위주로 이뤄져왔던 과거와 달리 보직교수와 원로교수들까지 적극 동참했다는 점에서 정부에 적지않은 압박으로 작용했다.

대학교수들의 움직임은 전국적 항의성명뿐만 아니라 거리시위와 항의농성, 국회 입법청원, 헌법재판소 의견서 제출 등 적극적 행동으로까지 확대됐다. 민교협은 8월14일 5·18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3일간 소속 교수 1백50여명이 참여하는 항의농성을 벌였다. ‘5·18 내란 주동자 구속기소 및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국서명교수 대표자 모임’ 소속 교수 1백여명도 8월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성백인회관에서 ‘5·18 주동자 구속 기소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거리시위를 벌인뒤 국회에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헌법파괴적 범죄 등의 공소시효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범국민적 특별법 제정 노력은 결실을 거둬 검찰은 95년 11월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수감한데 이어 다음달 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고, 혁명이 일어나기 전엔 불가능할 것으로만 보이던 5·18특별법제정은 이후 불과 한달여 만에 현실로 나타났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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