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999년 1월6일 본회의를 열어 교육부가 제출한 교사 정년단축안, 전교조 합법화안과 교수계약제 관련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등 65개 상정 법안을 정족수 1백51명이 채워지자 곧바로 법안 제안 설명과 심사보고를 생략한 채, 표결 처리 없이 15분여 만에 통과시켰다. 이어서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령’도 2001년 12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교수계약제는 2002년 1월1일부터 시행되게 됐다.
교수계약제의 시행
교수계약제는 교수 인사에 경쟁 체제를 조성하기 위해 임용기간, 근무조건, 급여, 업적, 성과 등 계약조건의 약정을 통해 임용하는 방안. 시행의 전제가 되는 교수업적평가제를 도입한 대학들은 교수들을 평가해 임용기간 만료가 되는 시점에서 계약 조건을 협상한 후 교수를 다시 임용하는 절차를 거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근속년수가 비슷한 교수들간 보수 격차가 기천만원에 달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교육부가 교수계약제 도입을 추진한 이유는 ‘대학교원 임용에 있어서 개방적 풍토를 조성하고 객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자질이 우수한 자가 선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근무조건, 연봉 등을 포함하는 계약제는 교수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능력있는 교수에게는 그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하고, 무능력하고 연구 않는 교수는 대학에서 도태시켜, 무사 안일한 근무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 ‘철밥통을 꿰어찬 교수’, ‘요령 좋게 게으름 피우는 교수’의 사회에 계약제를 도입, 교수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논거이다. 더 나아가서 계약제의 도입은 교수의 대학간 이동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강조점이다. 교수계약제 시행후 SCI에 등재된 학술지에 국내 교수들의 논문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교육부가 이 제도를 유지하는 유력한 근거로 삼는 부분이다.
공평무사한 평가가 과제
하지만 이런 좋은 취지에도 이 제도는 출발부터 ‘졸속 도입’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당시 교총 등과 교원 정년단축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교육부가 정년 단축안과 형평을 맞추듯이 교수계약제 도입을 ‘곁들였다’는 것이다.
교수 인사제도에 대한 현안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그룹으로 교육부가 설치한 ‘교수인사제도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충배 교수(고려대 영어교육)는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교수계약제 도입은 장기 과제로 미뤄 둔 사안이기 때문에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자문위원들의 협의도 거치지 않았는데 급작스럽게 교수계약제가 입법 예고돼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해 이런 혐의를 암시했다.
대다수 교수들의 우려는 공정하고 타당성이 담보되는 ‘계약’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임용권자가 될 사학재단이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대학의 현실, 대학내 패거리 형성과 이들의 ‘정치’과정이 주요 인사행정에 강한 영향을 끼치는 실정에서 공평무사한 평가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수 공정임용을 위한 모임’은 “기존 교수재임용제가 재단이사장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악용됐다면 교수계약제는 전면적으로 악용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교수 신분 보장을 위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교수계약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고등교육 재원마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대신 ‘경쟁논리’만을 들이대며 성급하게 대학의 변화를 이끌려고 한다는 점도 교수들의 불만 사항이다.
교수노조 박거용 부위원장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보여주듯 우리나라 교수 시장의 불안정성은 극심한 지경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나치게 적은 고등교육 공공재원(16%, OECD 평균 80%, 캐나다 90%, 독일 90.4%, 미국 48.4%, 일본 46.4% 등)으로 책임은 방기하면서, 경쟁논리만을 강요함으로써 교육이란 공공영역의 고유한 속성을 훼손하는 실수를 알면서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대학내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시스템 마련과 함께 정부의 재원 확보 노력을 통한 교수시장 안정화가 따르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임용과 관련한 무수한 갈등과 논란거리만 만들어내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입력 : 2004.01.16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