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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옴표 저널리즘’ 공방 
1998년 10월19일 발간된 ‘월간조선’ 11월호는 ‘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 최장집 교수의 충격적 6·25전쟁관 연구’라는 글에서 최 교수의 저서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과 ‘한국민주주의의 이론’의 일부 내용을 들어 정책기획위가 주관하는 김대중 정부의 ‘제2 건국운동’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최장집 교수 저서 사상 논쟁

월간조선은 최교수의 저서 내용 가운데 “38도선 이상으로의 북진은…중국 입장에서 중국혁명을 수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망의 문제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들어 “중공군의 (6·25전쟁) 개입을 변호했다”고 주장했다.

또 “1950년 6월25일 새벽4시라는 한 현상적 계기에 설명의 초점을 두는 것은 역사의 인과적 계기들의 중요성을 경시”한다는 부분을 인용해 “한마디로 한국전쟁의 모든 책임을 김일성에게만 묻지 말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지나친 과신이 그를 전쟁을 통한 총체적 승리라는 유혹에서 헤어날 수 없게 했고, 결국 그는 전면전이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라는 김일성의 6·25개전 결정 관련 구절에서 ‘역사적 결단’이라는 부분만 떼어내 글의 제목으로 쓰는 등 수차례 부각시켰다.

월간조선은 최교수 저서 내용의 인용 발췌를 통해 “결과적으로 최 위원장은 6·25전쟁을 평가함에 있어서 대한민국에는 불리하게, 북한에 대해선 유리하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주장을 폈다.

문제는 최 교수 주장을 인용하는 방식이었다. 학술단체협의회 김귀옥 연구위원장은 “월간조선은 앞 문장, 뒷 문장을 뗀 채 최 교수의 논지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며 그러한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하지만 월간조선이 최 교수에 대해 이와 같은 ‘색깔’ 포문을 열자 최대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조선일보가 장단을 맞추면서 ‘사실’은 사라지고 논란만 남는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색깔론’ 진흙탕 싸움

조선일보는 보도기사, 사설, 칼럼, 만평, 가십, 독자투고 등 모든 지면을 동원해 최 교수를 상대로 사상 공세를 폈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물론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월간조선이 보도한 최 교수의 책 요지를 보면 대한민국의 건국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 이는 여권의 ‘제2건국’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의혹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총재이던 이회창씨는 “우리 당의 정체성은 보수 기조 위에서 개혁을 해나가는 것”이라며 “최 교수의 사상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현 정부가 이끌려간다면 우리가 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과 공동 집권한 자민련마저 최 교수의 연구에 대해 “대한민국 뿌리와 국체를 부정하는 위험한 시각”이라는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학계, 연구단체, 시민사회단체, 정치계, 심지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나서서 ‘마녀사냥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 논란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당시 정치개혁시민연대(당시 공동대표 손봉호)는 “월간조선에서 최 교수의 사상문제를 거론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논쟁은 비이성적”이라며 “보수기득권층이 개혁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최 교수 사상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이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 교수가 속한 한국정치학회도 반박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실 및 논지 왜곡에 근거한 매카시즘적 마녀사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정치학회의 성명서 채택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구성원의 성격이 다양해 ‘정치적’ 처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치학회가 공식 성명을 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던 까닭이다.

언론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들도 “일부 보수 언론들이 기사 작성의 원칙을 무시한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현 정부의 개혁에 흠집을 내려한다”며 월간조선과 조선일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록 최장집 사건은 재판정으로 비화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현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DJ정부 개혁의 전도사’로 인식됐던 최 교수의 하차로 ‘DJ표 개혁’은 큰 상처를 입어야 했다.

월간조선은 최 교수가 “6·25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특정 언론사가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의도에 따라 특정 학설을 자의적으로 단죄한다면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합치되는 것인지도 의문스러운 일이었다. 
입력 : 200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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