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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의 못다 이룬 총장 꿈 
해방 후 50여년을 이어온 이 땅의 고등 교육은 수많은 선각자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특히 대학이 갖는 상징성은 저마다 기반을 달리해 온 전직 대통령들에게 있어서도 주목을 받는 대상이었다.

권위에 도전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최고 권력자에게 있어서 대학은 통치 철학을 기초하는 이념적 토대가 되었으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각 방면에서 뽑아 쓸 수 있는 공장이기도 했다. 특히 대학은 그들에게 있어서 퇴임 후 거취로까지 연결돼 명예와 존경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적절한 안식처로 비쳐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많은 대학의 책임자와 교수들이 학교를 설립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권력기관에 손짓하며 부와 권세를 나누고자 했던 소망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대통령 퇴임 후 희망은 대학총장

김구나 이승만,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이 땅의 최고 권력자들이 퇴임 후 저마다 대학 총장이나 이사장으로 여생을 편히 보내고자 했다면 바로 이런 생각들 때문이었다.

일제를 거쳐 해방 후 민족 지도자로 이름을 날리던 김구와 이승만의 주변에는 대학 설립을 염원하던 교육 주체들이 늘 함께 했다.

상해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은 해방 후 건국실천양성소를 비롯해 국민대, 단국대, 홍익대로 이어지는 신흥사학의 설립 과정에서 고문이나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교육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상징적인 고문이나 회장 외에도 특정 대학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교내에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인천시에 하와이 교포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인하공과대학(인하대 전신)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발의에 따라 이루어진 대학이었다.

인하공과대학은 1954년 4월 인천시 소유 부지 12만 5천여평과 국고 보조 1백만달러, 그리고 당시 하와이 교포 2세의 교육을 위해 이승만이 설립 운영하던 ‘한인기독학원(Korea Christian Institute)’을 처분한 대금과 교포들의 성금이 모여 탄생했다.

대구대학(현재의 대구대학과는 다름)과 청구대학이 합쳐진 영남대학의 경우 박정희가 임기 후 고향에서 총장이나 이사장으로 여생을 마치겠다는 의지가 탄생의 배경이 됐다.

대통령이 학교 실권자 소문

1956년 대구 서문교회의 이영식 목사가 세운 ‘한국사회사업대학’을 뿌리로 출발한 대구대학은 교내에 일명 이순자 기념관(시청각 교육원)으로 불리는 건물이 있을 만큼 80년대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이는 당시 전 대통령과는 대구공업고등학교 동기동창이던 권오택 교수(영문학)가 대구대학에 재직하면서 5공화국 정권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 핵심 축을 형성한 것과도 무관치 않았으며, 이 지역에서는 퇴임 후 전 대통령이 내려와 학교 운영의 실권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그간 말로만 무성하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단국대 총장 추대설은 본지 대학비사팀의 취재 결과 퇴임 1년 후로 예정됐으며, 실제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오고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처럼 전직 대통령들의 대학 총장 꿈은 재임 시절의 파행과 현대 정치사의 굴곡 속에서 사실상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다.

정치 굴곡에 이루지 못한 꿈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부정선거와 자유당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물러나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여생을 마쳤으며, 군사정권의 전형을 남긴 박정희는 철권의 유신 독재 와중에 수하의 손에 의해 피살됨으로써 자신이 그리던 대학 교정에 더 이상 설 수 없었다.

신군부 쿠데타로 명성을 날린 5공화국의 전두환은 퇴임 후 정치 역학 관계 속에서 대학보다는 백담사 행을 택해야 했으며, 6공화국의 노태우 역시 대학 총장으로서의 꿈을 접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들의 꿈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그 이면에는 당시 대학을 운영하는 주체들도 이들의 도움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같은 사정은 곧바로 대학의 성장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해당 대학 발전 계획의 밑그림이 되기도 했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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