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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유행어가 돈다 
유행어가 중요한 이유라면 해당 시기에 대중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던 것이기 때문이고 그만큼 여러 사람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면 당시 사회적 풍속도를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대중매체의 코미디에서 자주 가져다 쓰는 저속적인 표현이나 상업광고 문구에 불과했던 유행어가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한 그야말로 본래의 유행어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말기이다.

사회에의 저항, 냉소적 비웃음

특히 유행어가 많이 나왔던 68년도의 몇 가지 재미있는 유행어들을 살펴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등장한 새로운 용어인 ‘제2경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물질적인 근대화와 동시에 정신적 근대화가 따라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인데 나중에는 부업이나 부수입의 의미로 전이되어 쓰이기도 했다.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를 줄여 말하면 무엇일까? 이즈음 한국에서 ‘아더메치족’이 탄생했다. 그야말고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는 비웃음의 표현이다. 대학에 갓 들어왔거나 2~3학년인 학생들 사이에 이렇게 일컬어지는 소수의 집단이 생겨난 것. 사회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다. 기존 가치를 거부하고 오로지 충동에 따르며 학업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고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밤새 술과 가무를 즐기는 이 집단은 특히 기형적인 도시화가 빚어낸 산물이기도 했다.

모든 사물을 냉소적으로 대하는 세태가 이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말 ‘웃기지마’가 ‘웃겼어’, ‘웃기네’ 등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누구 왕년에 ~ 한번 안해본 놈 있나?’

‘누구 왕년에 ~ 한번 안해본 놈 있나?’. 요즘에도 간혹 들려오는 이 말은 60년대 말부터 유행한 말이다. 남의 경사스러운 일이나 업적을 조소하는 표현인데 한 술 더 떠서 ‘누구 을사조약 이후에(혹은 갑오경장 이후에)~ 안해본 놈 있나?’까지 발전되기도 했다.

골탕먹인다는 뜻으로 사용되던 것이 ‘쫑코멕인다’, 학업 포기하고 하루종일 다방에 죽치고 앉아있는 무리들을 일컫던 말 ‘집있는 고아들’, 뭘 잘 모르는 것을 보고 ‘무식이 통통 튄다’ 혹은 ‘무식이 드리블한다’, 여성에 대한 비어 ‘깔이’ 등이 유행어 계보에 올랐다.

한편, ‘초친다’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됐는데 남을 도와준다는 뜻과 남의 일을 망친다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현재는 후자쪽의 의미에 가깝다.

돈 밝히는 일부 경찰을 가리켜 ‘쐬꾼’이라고 불렀고 연예계에서 일이 잘못돼 버렸다는 뜻에서 인기가 떨어졌다는 의미로 전이돼 사용되던 ‘날샜다’, 그리고 그야말로 날새버려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연예인들을 ‘정거장’이라고 불렀다.

비틀즈와 롤링스톤즈의 인기에 힘입어 ‘그룹사운드’라는 용어가 힘을 얻을 조짐을 보였고 67년과 68년에 해외에서 심장 이식수술이 큰 성공을 거두자 거침없는 행동을 일컬어 ‘강심장’ 대신 ‘심장 이식수술 했다’라는 말이 새롭게 등장했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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