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이후 통기타·블루진·생맥주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청년문화’ 논쟁이 벌어졌다. 김민기의 ‘아침이슬’과 최인호의 소설 ‘별들의 고향’,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을 때, 등장한 ‘청년문화론’은 70년대 대표적인 사회 논쟁으로 손꼽힌다.
‘청년문화론’ 논쟁
‘청년문화론’은 70년 ‘세대’ 2월호에 실린 남재희의 ‘청년문화론’에서 최초로 공식 거론되었으나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74년 3월2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오늘날의 젊은 우상들’이란 기사가 기점이 되었다.
당시 김병익 기자(현 문학평론가)는 “블루진과 통기타와 생맥주는 청년운동이 70년대에 착용한 새로운 의상”이라며 소설가 최인호, DJ 이장희, 바둑기사 서봉수, 가수 양희은, 작곡가 김민기, 코미디언 이상룡 씨 등 6명을 청년들의 ‘우상’으로 선정했다.
기성언론의 청년문화론에 대해 대학가는 대학신문을 통해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몰지각한 인사와 상업 매스컴이 실체도 없는 청년문화론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
대학신문들의 격앙된 목소리는 고려대 학보인 ‘고대신문’ 74년 4월2일자 ‘화요단상’ 기획기사중 ‘이런! 청년문화라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갈데없는 딴따라패(?)들을 모아 오늘날의 ‘젊은 우상’들이라고 격찬하고 청년문화가 젊은 우상을 창조한다고 과장 선전하는 것은 망언이고 파렴치한 왜곡”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년문화의 우상은 폭발하는 행동이다. 시대의 증인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는 청년문화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아직 우리의 자존심은 살아있고 적어도 그들이 우리의 우상이 되기에는 한마디로 너무 천박하다. 우리에게는 적어도 ‘홍길동’의 꿈이 있고 ‘스파르타쿠스’의 뜨거운 정열이 자리잡고 있음을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
실체없는 허깨비에 불과
머리카락은 경찰서에 맡겨야 하고 능력별 졸업을 위해 토끼걸음으로 학점을 따야 하는, 그래서 한국의 청년문화는 대학 예비고사가 초장부터 먹칠을 하고 마는 현실에서 청년문화를 말하기에는 너무나 암담하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도 6월 3일자 청년문화 특집 서문인 ‘지금은 진정한 목소리가 들려야 할 때다’에서 청년문화란 용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기는 하되 실체가 없는 도깨비에 비유했다. ‘청년문화는 빠다 냄새 물씬한 어느 외국산 용어의 억지 번역어’일 뿐이라는 것이다.
72년경 대학가에서 등장한 ‘대학문화’ 논의가 지지부진할 무렵 제기된 청년문화 논쟁에는 사회학자 한완상(현 한성대 총장), 작가 최인호 등이 가세했으며, 이후 일간지와 대학신문 사이의 논쟁으로 번졌다. 하지만 청년문화 논쟁은 초반의 불붙은 논쟁과는 달리 어느새 수그러들었다.
‘청년문화론’은 유신 독재의 서슬이 퍼래 드러내 놓고 숨쉬기도 힘들었던 때, ‘무기력·무관심·무책임’의 ‘삼무주의’가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하고 학생운동이 주춤했던 시기에 등장한 것이었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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