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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내는 대학 총장들 
1974년 11월18일 고려대 김상협 총장은 2백여명의 교수가 모인 교수회의에서 조기 방학을 결정한 뒤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학생들의 움직임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소요이며 일면 이유 있는 동요로 보아야 한다. 전면 공해 속에서 대학의 하늘에만 맑은 공기가 솟아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와 학생 사이에 끼인 대학당국은 정도대로(正道大路)를 개척하지 못하고, 항상 피해가 적은 뒷골목길·한적한 오솔길만 조심조심 골라 다니다 원칙도 저버리고 방향도 잃게 되었다. 대학의 앞날은 암담하기만 하다.”

대학의 하늘만 맑기를 바라는가

연세대 박대선 총장은 11월21일 열린 긴급 교무회의에서 “최근의 학원사태는 사회현실의 압축된 일부이므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학원 교육의 울타리를 넘는 비판과 행동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도층과 지식인들은 부정·부패와 불의·불신을 불식하고 민주화 청사진을 제시하거나 학생들의 건전한 요구를 선의로 받아들일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지식인과 학생들의 구속이 잇따라 발생하자 9월 2학기 개강과 함께 △민주 헌정질서 확립 △유신헌법 철폐 △학원자유 확보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는 학원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학생 시위가 그치지 않자 문교부는 전국총학장회의를 소집해 “학칙에 따라 소요사태를 일으키는 주동 학생은 제적 등 징계를 내리게 하고 면학 질서가 깨지는 대학에 대해서는 총장의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휴업 명령 등 행정 제제를 가하겠다”고 강경입장을 밝힌다.

이에 충남대가 이날 처음으로 주동학생 6명을 제적하는 등 일부 국립대는 시위 주동 학생을 처벌했으나 대부분의 사학은 문교부의 지시를 거부한다.

말 안듣는 총장 해임 요구

정부의 강경책은 시위를 부채질해 학생들의 농성·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자 문교부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서강대, 경희대, 동국대, 건국대, 한국외대, 한국신학대 등 13개 대학에 ‘질서유지가 안되면 휴업명령을 내리겠다’는 뜻의 계고장을 발부한다.

문교부는 급기야 75년 3월18일 석방 학생과 교수들의 복교·복직 절차를 진행시킨 연세대 박대선 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해임요구서를 재단이사장에 발송하기에 이른다. 학생복교 문제로 문교부와 대립해온 박대선 총장은 4월3일 사표를 제출하고 재단이사회는 박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다.

4월7일 고려대 학생들이 정보정치·인권유린 행위 중지와 학원 자율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석탑선언문’을 발표하고 경찰과 대치하자, 정부는 다음날 긴급조치 7호를 선포, 고려대에 휴교령을 내리고 군대를 진주시킨다. 고려대 김상협 총장은 휴교 처분에 대한 책임을 지고 4월10일 사표를 제출한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교부는 학원시위가 격렬했던 연세대와 한국신학대에 대해 재무 및 학사 감사에 착수한다. 종합행정 감사가 뜸했던 70년대 전격적으로 단행된 감사였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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