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대학 진학에 대한 애정 혹은 집착이 강한 나라도 드물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재수, 삼수 등으로 불리는 대입재수생들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돈이 얼마나 들든 ‘대학가기’에 매달린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토록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가? 대학 진학에 대한 개인적인 열망도 그 이유겠지만 무엇보다도 대졸자를 우대하는 학력지상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릇된 학벌관이 사라지지 않는 한 대입 재수생들은 필연적인 부산물일 수밖에 없다.
학벌 지상주의의 산물
그런데 이 대입 재수생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직접 나선 적이 있었다. 바로 1976년 1월 27일 박정희 대통령이 문교부 연두 교서에서 재수생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문교부가 77년 7월 23일 재수생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
문교부는 70년 4만 5천6백55명이던 재수생 수가 77년 9만 3천4백86명에 달해 매년 급증하고 있고 대다수 재수생들이 정신 질병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재수 학원의 교육환경 불량과 생활지도 미흡도 심각한 문제라며 재수생 대책을 마련한 정부의 의도를 밝혔다.
문교부는 재수생이 급증하는 것은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 고등학교 연합고사 추첨제 등으로 학령인구는 증가했지만 대학 입학 정원이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은 것이 일차적 원인이라 지적하며 인문계 고등학교의 대학진학 위주 교육, 대졸자와 고졸자 간 임금 격차, 학벌 중시 풍조 등도 중요한 원인으로 제기했다.
이에 정부는 △3수 이상에 감점제를 적용하여 연속 재수자 방지 △고등교육의 기회 확대 △전문학교 교육 제도 개선 등을 기본방향으로 10개 사항의 재수생 종합대책을 마련, 제도적으로 재수생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다. 이중 주목할 만한 것은 79년부터 예비고사 3회 이상 응시자에 감점키로 한 것. 당시 예비고사에서 5% 감점만 받아도 3백40점 만점 중 17점이 돼 1개 교과에 해당하는 점수를 손해 보는 격이니 결국 삼수 이상은 포기하라는 의미였다. 또한 80년부터 고교내신제를 적용하고 81년까지 대학은 연 12.5%, 전문 대학은 연 18%, 방송통신 대학은 당시 1만 2천명에서 2만명으로 정원을 늘려가기로 해 재수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이 대책들은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학력 지상주의’ 때문이었다. 결국 이 때의 경험으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 없이는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음이 단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현실성 없는 대책 남발
한편 문교부는 이에 앞서 73년 2월 28일 고등학교 및 대학 입시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해 74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 당시 개혁안의 골자는 기존 대학별 단독 시험제를 폐지, 대입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병행한다는 것으로 △예비고사를 시·도 단위로 선정하고 △대학별로 본고사를 실시하며 △예비고사성적과 본고사 성적을 종합하여 △입학자를 선발한다는 것 등이다. 이로 인해 국가는 다시 대입제도에 관여하게 됐고 이 개혁안은 대입제도 역사상 가장 장기간 실시된 입시 정책이 되기도 했다. 또한 76년 8월 실업계 고교 졸업자에게 대학 진학의 혜택을 넓혀 주는 제도를 보완해 77년부터 적용하였다. 공업, 농업, 상업, 수산해양 4계열의 출신자 중 성적이 상위 30% 내에 드는 자와 공업계의 국가 기술 자격 검정합격자, 기능사 2급 이상 취득자는 별도로 사정하여 본고사의 필답고사를 면제해주고 예시 성적과 고교 내신 성적, 면접만으로 특별 전형한다는 것이었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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