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5월 여의도 광장에서 ‘전국대학생 민속국악 큰잔치’라는 부제로 열린 ‘국풍(國風) 81’은 재야·학생들의 강한 반발 속에서 치러진 대표적인 관제 행사의 하나였다. 5공화국을 선전하기 위한 계획인 이 행사는 일본의 가미카제(神風) 정신을 본떠 이름을 붙인 것으로 그 정신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의 행렬이나 배의 노를 합심해 젓는 그림 등으로 모자이크된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나붙었다.
향락적 소비문화 비판
5일 동안 열린 이 행사는 28일 개막 행사를 시작으로 민속제, 전통예술제, 젊은이 가요제, 연극제, 국풍장사 씨름판, 팔도굿, 남사당놀이 등의 본행사와 함께 ‘팔도 명물장’을 열어 엄청난 구경꾼을 끌어들였다.
행사를 주관한 KBS는 여의도 일원에 야간 통행 금지가 해제된 가운데 행사기간 동안 1만3천여명의 대학생과 일반인이 출연했고, 연인원 1천여만 명이 참관한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대학생들은 이 행사를 두고, 전두환 정권의 학생운동 탄압방식 변화의 일부에 불과하며, 향락적, 퇴폐적 소비문화를 대학 내까지 끌어들여 학생들의 내부 분열과 탈 정치화를 꾀한 유화정책의 하나라고 폄하했다.
81년 전두환 정권은 ‘국풍 81’이라는 대학가요제를 개최됐다. 이용이 ‘바람이려요’로 2위에 해당하는 금상을 받으며 기성 가수 반열에 올라섰던 이 가요제에서 1위에 해당하는 대상은 공교롭게도 서울대 그룹사운드 ‘갤럭시’에게 돌아갔다. “화사한 두 날개 너울거리며 허공을 가르네/ ……/나 이제 포근한 자연의 품에 안겨서 / 이제 맑은 물 마시며/ 맑은 달 보며 살겠네”라고 노래한 ‘학’이라는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풍 81’ 가요제의 심사위원들은 이들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이를 두고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서울대 학생들도 새 정부 건설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상징 조작을 필요로 해서 일부러 주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가요제 대상 서울대팀 공연 무산
‘국풍 81’에서 대상을 받은 갤럭시는 그해 10월 서울대 축제 때 학생회관 라운지 2층에서 공연을 가지려 했다. 그런데 향락 축제 거부 투쟁을 벌이던 운동권 학생들이 이 무대 앞에 포진, ‘애국가부터 시작해라!’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갤럭시 기타리스트가 애국가를 어설프게 연주하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무대를 부수며 공연을 무산시켰다.
당시 학생들은 동료학우가 ‘살인마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치고 투신한 교정에서 전두환이 만든 국풍 81에서 대상을 받은 갤럭시가 공연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다음해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노래의 가사가 5월 광주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혀지면서 이후 대학가요제 심사위원들은 현란한 댄스풍의 노래들에 상을 몰아주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대학가요제는 학생다운 신선함과 진취성을 잃어버려 대학생 대중들과 유리된 저들만의 가요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국풍81’을 비롯한 관제행사들은 그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모델’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이를 통해 ‘문화의 탈 정치화를 통한 정치적 이용’이라는 80년대 문화정책의 기조가 형성되었다는 ‘성과’를 빼면 말이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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