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3월28일 이문영, 이호재, 최장집 등 고려대 교수 28명은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고려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오늘의 근본 문제는 민주화에 있고 민주화의 핵심은 개헌에 걸려 있다는 것이 정당한 견해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개헌은 국민 모두의 요구라고 보며 당국자와 정치인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개헌의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고려대 교수들은 그 밖에도 학원문제 자율적 해결, 학생 의사표현의 자유, 교수들의 적극 대응 등을 요구했다. 다음날 복직교수협의회는 고려대 교수들의 서명을 지지하였다.
이것은 86년 1월 전두환 대통령이 “대통령 직선제는 89년에 가서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한 데 따른 직접적인 반발로, 당시 김대중과 김영삼 등이 주축이 되어 대통령직선제 개헌 1천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재야 인사와 각종 시민단체도 적극 동참하고 나서던 때였다.
고려대에서 촉발된 시국선언은 4월2일 한신대 교수 42명, 4월11일에는 성균관대 교수 35명이 성명을 발표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해, 5월16일 방송대 교수 16명의 성명을 끝으로 모두 29개 대학 7백85명의 교수들이 개헌을 주장하는 시국 선언에 동참했다.
그렇게 교수들의 서명이 나오던 와중인 1986년 4월8일 당시 고려대 교수였던 김용옥 씨는 ‘한국의 오늘을 사는 한 지성인의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고려대 강단을 떠났다.
대학 강단을 떠나는 이유
당시 그가 밝힌 ‘사직의 변’에는 “…나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향해 무엇을 외칠 수 있으며 무엇을 외쳐야만 하는가에 대한 어느 때보다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은 영웅이 되기를 거부하는 지극히 소박한 한 인간의 양심의 소리입니다.… 사랑하는 제자 여러분! 여러분들을 끝까지 꿋꿋하게 지키려는 결심을 허물고 강단을 떠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의 나약함을 다시 한번 애통하게 생각하면서도 그저 허약하게 나 자신의 양심을 지킬 수 없는 보통 사람의 모습을 다시 한번 저주합니다. … 폭력은 폭력 자체가 가진 힘에 의해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당시 김용옥의 ‘양심선언’은 일종의 돌출 행동으로 학계 일각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동아일보’의 대표 논객인 김중배 씨는 1986년4월10일자에 쓴 ‘어느 교수의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우리는 고려대 김용옥 교수의 ‘양심선언’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치열한 정신을 거듭 확인한다. … 그 사람이 마침내 현실의 모순을 고발하고, 강단을 떠나기로 결단했다는 사실의 의미는 무겁다. … 김 교수의 ‘양심선언’은 아무리 억눌러도 지식인 사회가 완전히 억눌려질 수 없다는 확연한 반증으로 인식되어 마땅하다. 그것은 지식인 사회가 아무리 나약해졌다고 할지라도 완전히 나약해지지는 않았다는 실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와 같은 지식인이 제자리를 떳떳이 지킬 수 있는 사회가 가꾸어지기를 바란다. 그의 말대로 모든 사람들이 제 구실을 다하며, 한마음이 되어 만날 수 있기를 소원한다.”
교수들의 이러한 민주화 요구는 6월 넥타이부대와 소시민들까지 합세한 민주화 세력들의 투쟁에 힘입어 6·29 민주화 선언을 이끌어 낸 원동력의 하나로 작용하게 된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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