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대학생활] 민주에서 통일로, 80년대의 정신은 계속된다
대학시절을 떠올리면 누구나 가슴 뜨거워지는 추억 하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맛보는 자유와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의무감, 그 속에서 자신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며 치열하게 살았던 80년대 대학시절은 아마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자리 잡아 그 시절을 함께 했던 모든 이들에게 평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우리 80년대 학번들은 아마도 대부분이 비슷한 정서와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암울한 독재시대 속에서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던 시대적 배경 때문이었다. 현실을 등지고 책 속에 파묻히는 소극적인 모습이 아닌 비판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학생들은 ‘학생운동’에 참여하였다. 비록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로 뛰어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음만은 함께 했고, 모두가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동지였다고 믿는다.
통일방식, 운동의 방향 등 학생운동이 담고 있는 거대 담론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대학이라는 곳이 사회와 직접 맞닿아 이론과 현실간의 괴리 없이 ‘지행일치(知行一致)’를 실천할 수 있는 장이었다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최루탄을 맞아가며 시위를 하는 현장에는 언제나 시민들의 박수와 응원이 끊이지 않았고, 선후배·동료들간의 동지애도 참으로 눈물겹도록 깊고 넓어 이 땅의 모든 어머니가 내 어머니였고 모든 아들·딸들이 내 형제·자매들이었다.
당시에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믿음을 평생토록 간직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했으리라. 사회가 아무리 급변하고 메말라진다 해도 우리가 함께라면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그 믿음. 우리가 목숨 걸고 투쟁했던 민주사회와 통일국가는 반드시 우리 손으로 이룩해 내리라던 그 믿음. 지금은 386 세대라 불리는 이 특별한 세대들의 가슴에 지금도 뜨겁고 묵직한 신념으로 남아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전대협을 중심으로 하는 학생운동을 시대가 부여한 소명으로 받아 안았던 나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통일’ 이란 단어조차 금기시 되었던 당시, 민족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위해 청년학생들은 어떤 역경과 시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분단 반세기의 장벽을 뚫고 민간 자주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는 전대협 백만학도의 열망을 담아 임수경 씨를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보냄으로써, 학생운동은 통일대장정의 새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 수많은 동지들과 함께 간직하고 있는 ‘역사’ 가 되어버린 그 기억들은 나의 삶의 본질로서 앞으로도 계속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가치로 각인되어있다.
이제 20대 황금기를 넘어 30대 성숙함을 갖춘 우리들은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주류가 되어 한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의 386 세대가 대학시절, 온몸으로 선언하고 실천했던 시대적 과제는 아직 진행형이며, 따라서 우리 세대의 역할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생물학적 규정으로 갇혀진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 아니라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공유한 역사적 개념으로서 386 세대 모두는 그 역동적 에너지를 잃지 않고 앞으로도 한국 사회 변화발전을 위한 중요한 축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임종석 국회의원 |
입력 : 2004.01.26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