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교육계는 교육부의 산하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도마위에 올라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비단 한두 해 묵은 사안은 아니었지만 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또 다시 그 심각성이 부각된 것이다.
도마에 오른 낙하산 인사 파문
논란이 확산된 계기는 강원도 부교육감이던 허만윤 씨가 교육방송 부원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였다. 당시 교육개발원 이사회는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오전 7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는 ‘작전’을 감행하면서까지 이 인사안 처리를 강행했다. 노조는 부원장 임명건과 임금 단체협약 등에 대한 안건 처리를 놓고 사측과 맞서던 중 ‘안건 날치기처리’라는 뒤통수를 맞자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노조측은 성명서를 통해 “교육방송 부원장은 인사와 방송기자재 도입 심의, 부대사업 전반에 관련된 위원회의 장을 겸하기 때문에 특히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교육부 퇴직 관료가 한가롭게 거쳐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교육방송은 사실상 ‘교육부 직영방송’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방송의 실권은 교육방송 원장이 아닌 교육개발원 원장의 몫이었다. 인사권·편성권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방송 직원간 대립과 갈등이 이어진 것도 자연스런 일이었다.
한국교원공제회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됐다. 공제회 노조측은 당시 “이사 6명 가운데 3명이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로 왔다. 관료들의 노후 보장 기관으로 공제회가 전락하도록 방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단행됐던 인사안에 반발,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퇴직공무원 노후 보장?
비단 두 기관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닌 점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 이런 식의 긴장 관계는 교육부와 그 산하 기관 사이에 일반화돼 있었다. 교육부는 관행적으로 ‘낙하산식’ 인사를 해왔고 그 대상자는 교육부에서 퇴직했거나 퇴직을 2~3년 앞둔 국장급 이상 관료들이었다. 이들이 산하 기관의 이사장이나 원장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해묵은 관행으로 산하 기관 직원들의 반발은 오랜 기간 계속됐다.
93년의 경우 국정교과서주식회사 사장에 조규향 전 교육부 차관, 대한교원공제회 회장에 박용진 교육부 장학편수실장, 사학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김득수 서울시 부교육감, 사학진흥재단 이사장에 허종갑 교육부 교육시설국장, 교육방송 사장에 정연춘 유네스코 한국위 위원 등 12개 산하기관 중 6곳의 장 자리를 꿰찼다.
특히 이들중 일부는 교육부의 물갈이 인사 대상으로 거론되거나 90년대 초에 잇따라 발생한 입시부정 사건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해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이들이 교육부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라 적임자이기 때문에 승인됐다. 출신보다 경영능력을 주목해 봐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 주장을 일축했다.
입력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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