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내년도 등록금을 대폭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등록금이 IMF 이후 사실상 2년간 묶여 재정압박을 호소하거나, 임금 인상, 물가상승 등의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거론하는 대학들이 많기 때문이다. 재원이 다양하지 못한 우리 대학의 입장에서 등록금 재원 부족에 따른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등록금 인 상은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 등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인상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다. 이는 대학등록금 정책에 대한 교육수요자의 뿌리깊은 불만과 불신, 교육수요 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 방안 제시의 부재에 기인한다. 실제로 많은 대학들은 아직까지도 전년도 대비 일정 인상률 반영, 다른 대학 등록금 수준 과의 보조 등과 같은 비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학생들과 정치적 타협으로 등 록금 인상을 해결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공급자 위주의 등록금 정책은 지난날 대학교육이 구조적으로 초과수요 상태에 있었을 때 가능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대학교육의 수요와 공급이 비슷한 수준에 이 르고, 대학교육의 기본 구조 및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대학등록금 정책의 기본 틀이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 주권시대에 알맞은 대학등록금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 임이 모색되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대학등록금 정책에 대한 교육수요자의 가장 커다란 불만은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에 비해 등록금 수준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이다. 등록금이 매년 인상하였음에도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다. 오히려 학부모의 학비 부담만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높다. 실제로도 사립대 재원중 등록금(72%)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대학 설립자와 수익자간불공평 한 재정부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익자부담의 원칙은 철저히 지켜지면서설립자부담의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육수요자에게 수익자부담의 원칙만을 강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학간의 심화된 경쟁구조에서 등록금은 가격의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등록금은 교육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교육의 질적 수준에 따라 대학간 그리고 대학내 학부별 또는 전공별로 등록금 수준이 차등화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교육공급자와 수요자가 요구하는 교육적·재정적 수요를 대학 재정 세입·세출 산출과정에 반영함으로써 등록금 수준을 대학의 질적 수준에 맞 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하고 투명한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학부제 운영 등 현재 대학교육의 기본 틀이 수요자 중심체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별 혹은 계열별로 균일하게 부과되는 등록금 책정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원가 개념을 도입하여 교과목별 혹은 학점단위별로 등록금 수준이 책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와 같은 등록금 책정 과정과 방법에 대한 개선 노력도 중요하지만 등록금 정책에 대한 기본 철학과 사회적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급선무이다. 지금과 같이 설립자 부담의 원칙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떠 한 등록금 정책도 교육수요자를 설득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교육공급자와 수요자간의 대학재정 부담에 대한 일정 비율을 합의과정을 통해 결 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대학마다 등록금 책정 기준과 방법을 모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 스스로가 관행적 사고에서 벗어나 대학경영의 대혁신을 위한 구조조정의 노력과 다양한 재원 확보를 위한 가시적인 노력 등이 병행될 때 대학등록금 정책은 교육수요자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반상진/순천대 교직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