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입시 철이 시작되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되는 수능시험 때문에 공무원들은 출근시간까지 연장해야했다. 온 나라가 대학입시에 호들갑을 떤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대학이야말로 대단한 존재다. 싫든 좋든 고등학생 아니 유치원생부터 대학에 대한 지향으로 길러진다. 그네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지상의 목표인양 지령을 받는다. 그리고 따라야한다.

매스컴에 비친 일선 중고등학교의 교실을 보면 아찔하다. 교사들의 이구동성은 통제불능이란다. 학교교육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까지 한다. 도대체 왜 이럴까. 국가예산의 4%라는 엄 청난 돈을 교육비로 쓰면서 교육현장은 왜 이렇게 엉망인가. 문제에 대한 원인을 우리는 이 미 너무나 잘 알고있다. 모든 교과과정이 대학을 위해 짜여지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야할 이 유를 모르는 학생이 재미없어할 것은 뻔한 일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왜 그토록 대학에 목을 메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들에 대해 일일이 열거할 필 요조차 없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그 문제들을 우리는 알고있다. 대학에 대한 특별한 환상 때문이다. 대학 만능주의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누구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이제 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개성시대이다. 대학이 개성있는 개인들에 대한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아주 부분적인 충족만이 있을 뿐이다.

대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밖에서 생각하는 그런 대단한 유피토아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을 빗나가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맞지도 않는 전공에 강제로 들여 보 내지고 타의에 의해 소중한 젊음을 낭비한다. 학생과 교수가 학문이든 인생이든 진지하게 만나서 대화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누가 교수고 누가 학생인지 알아보는 것만 도 다행이다. 게다가 인사라도 한다면 황송할 일이다.

대학이 엘리트 집단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거대한 학원이다.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대학간판과 학문이 만연한다. 도서관의 학생들 중 학문이 즐거워 공부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3분의 1만 되어도 다행일 게다. 대학은 대량생산의 공장 자동화 시스템 같다. 규격 화되어 배출된 졸업생들이 과연 부모나 사회가 기대한 만큼 자기의 인생을 즐길 수 있겠는가. 적성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부할 수 없는 이유(부모의 기대, 이탈했을 때의 두려움 등)로 어떻게 해 보지도 못하고 또는 이미 대학이라는 보호구역에 스스로를 안주시키고 만다. 소수만이 그들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 뿐이다.

어떤 보고서에 의하면 25%미만의 학생들만이 학과공부로 즐거움을 얻는다고 한다. 나머지 75%의 젊은이들은 무엇인가. 도대체 대학에 왜 왔는지 갈피도 잡지 못한 채 엄청난 돈과 시간을 허비한다. 만약에 이들이 대학에 오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해 돈도 벌고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했을 때 대학에 옴으로써 상실되는 기회비용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혹자는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고 까지 한다. 그렇게 까지는 아니라도 이제는 대학자체 도 변해야 하지만, 밖에서 보는 대학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대학은 그것이 꼭 필요한 사람들의 장이어야 그 본연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대학교육이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대학을 가는 사람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는 이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공간과 틈을 줘야겠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만이 결국은 대학도 살리 고 나라도 살리고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