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총선시민연대에서는 "바꿔! 바꿔! 다바꿔!"의 기치를내걸고 정치권의대오각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상은 어떤가. 총선시민연대의 공천 반대자 명단 공개로 촉발 된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정치 개혁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지금 구시대의 이합집산 추태를 연출하고 있다. 결국 정치권은 유권자인 국민들을 볼모로 하여 걸판지게 정치 쇼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뜻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채 사리사욕 채우기와 당리당략에급급하여 밤낮 없이 밀실 정치, 담합 정치 등으로 정쟁만을 일삼아 왔다. 또한,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철옹성을 쌓고 보스의 눈치나 살피면서 거수기 노릇에 충실해 왔으며 그 대가로갖는 특혜를 누려왔음을 부인키 어렵다.

기업으로부터 적게는 수천 만 원에서 많게는 수 억 원을 받아도 떡값이란 명목으로 면죄부를 받아왔고 설령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처벌 되더라도 사면·복권 등의 편법을 통해 다시금 정계나 관계에 당당하게 복귀하여 부귀 영화 를 누려왔다. 그리고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따른 사활을 건 이전투구를 벌이다가도 세비 인 상이나 선거구 등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에서는 의기투합하여 만장일치로 통과시키 는 정치 코미디도 주저 없이 보여 왔다.

공천과정에서도 일반인들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였다. 당대표나 총재들은 밀실 공천은 물론 공천장을 팔아 선거 자금을 모으고 그 결과 일반 서민들보다 더 파렴치하고 부정부패한 인물이 당당히 공천을 받아 금품, 타락 선거를 부추 기면서도 선거법을 교묘히 피해 당선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같은 저질 무능 정치인들 이 국가의 지도층으로 군림함으로서 IMF는 당연한 결과였고, 정치는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되어 철저히 외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4.13 공천 과정과 내용을 보면 시민단체들이 공천 부적격자 명단까지 발표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밀실 담합이나 보스에 대한 충 성심을 기준으로 한 낙점식 공천 구태가 그대로 재연되고 말았다. 결국, 유권자들이 잘못된 공천을 심판하는 순서만 남은 셈이다.

새로운 시대, 새 천년을 맞아 우리의 정치 행태는 어떤 식으로든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진정한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위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지금의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공천 관행을 하루 빨리 민주적 시스템으로 혁신해야 한다.

정치권은 지금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나선 것이기 때문에 법감정만을 앞세워 시시비비를 가리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 까닭은 이와같은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 운동의 기준들이 그 동안 정치권에 식상할 대로 식상한 일반 국민들의 정치 감정과도 일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결론은 자명하다. 4.13 총선을 앞둔 지금, 유권자의 뜻을 거스르고 각 정당들이 소모적인 중상 모략과 비방만을 일삼는다 할지라도 정치권 개혁을 위해 시민단체나 유권자가 깨어 나설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야말로 지역 할거주의와 패거리 정치를 타파하고 진정한 21 세 기 새지평을 열어갈 정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금 이런 저런 핑계로 정치개혁을 미룬다면 우리의 21세기는 불을 보듯 뻔하니 말이다.
이윤배 교수 <조선대 컴퓨터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