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예절이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대화실을 들 수 있다. PC통신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함부로 대해서도 안되며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연장자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안된다. 보통 서로를 부를 때 이름 뒤에 '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하기 마련인데, 만일 대화실에서 자신보다 나이를 많이 먹은 김철수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냥 '철수님' 이런 식으로 부르기 쉽다. 흔히 발생하는 상황이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문제지만 이는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연장자가 연하자에게 아무개 님이라 부르는 것은 편한 분위기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연장자에게 아무개 님이라 부르는 것은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연장자에게는 가급적 김 아무개님, 이 아무개님 식으로 성과 함께 '님'자를 사용하는 것이 바른 통신예절이다.

또 한 가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무조건 나이가 몇이냐, 남자냐 여자냐, 학교는 어디 다니냐, 어디 사느냐 등을 일방적으로 묻는 것도 큰 실례 중의 하나이다. 상대방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신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한 다음 묻는 것이 순서이며 바른 예절이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만큼 상대도 자신에게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 이런 실수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혈기 왕성한 젊은 남성 사용자가 쉽게 저지르는 결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노골적으로 여성 사용자들에게 치근덕거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야심한 밤에 모니터 앞에 앉아 미지의 여성 사용자와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환상의 나래가 절로 펼쳐지는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데 선남선녀의 순수한 호기심을 넘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집요한 관심을 보이게 되면 상대방에겐 호감보다는 불쾌감만 가져다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매너만 잘 지킨다면 누구든지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채팅의 기본 원칙을 지킨다면 어느 대화실에서나 환영받는 ID로 소문날 것이다.

이 밖에도 상대방의 말은 무조건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고집 부리기, 욕설과 음담 패설 늘어놓기, 자신의 소개는 인색하면서 남의 +신상명세는 집요하게 묻는다던가 잘난 체하기 등등은 통신 문화를 저해하는 무례한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은 좁은 것이어서 +PC통신에서 알게 된 사람들끼리 실제 만남을 갖는 경우도 부지기수한 데 통신 예절의 중요성은 그럴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리라.

- 정구정 (컴퓨터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