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모 일간지는 '마약중독자에 헤로인 배급 계속'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스위스에서 지난달 국민투표를 통해 71%의 찬성으로 마약중독자들에 대한 헤로인 배급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전했다. 이미 +3년전부터 스위스는 마약중독자들이 마약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고 '이들의 생활을 안정시킬 경우 오히려 사회복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매일 1천명의 마약중독자들에게 헤로인을 무료로 공급해 왔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마약관련 범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마약사범의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약관련 범죄의 감소방안은 마약에 대한 공급을 감소시키는 방법과 수요를 감소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정부가 마약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은 마약공급을 감축시키는 방안이다.

그렇다면 마약단속 강화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마약단속의 강화로 마약 암시장에 마약공급이 감소되면 마약가격이 급등한다. 그런데마약가격이 급등해도 마약 수요량은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 마약의 수요는 가격에 대해 매우 비탄력적, 즉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마약중독자들이 마약구입에 필요한 돈은 증가한다. 그러면 마약중독자들은 마약구입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하고, 따라서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한편 마약가격이 급등하였으므로, 마약밀수업자들은 한 건의 밀수만 성공해도 횡재가 가능하게 된다. 이는 오히려 밀수를 조장하는 경제적 유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경제원리는 마약관련 범죄를 줄이는 데 있어서 마약 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우쳐주고 있다.

스위스의 마약대책은 마약중독자를 범죄인으로 취급하던 시각을 탈피하고 이들을 국가가 보호해야 할 환자로 보아 정부에 신고만 하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마약을 무료로 공급하였고, 동시에 중증인 환자들은 국립병원에서 무료로 장기 입원 치료를 받게 해 주었다. 이를 경제이론의 수요공급원리로 설명하자면 마약의 공급을 크게 증대시킨 것이다. 그렇게 되니 음지에서 마약중독으로 신음하며 세상을 비관하고 탈선과 범죄를 저질렀던 젊은이들이 양지로 나왔다.

정부가 마약을 공급해 주고 중증환자들을 치료해 주기 시작하자, 마약 암거래시장에서 마약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여 마약의 암거래 가격이 폭락했다. 그리고 마약밀매 가격이 폭락하니 마약밀수가 더 이상 매력적인 사업이 되지 못해 마약밀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다만 마약을 정부가 거의 무상으로 공급하기 시작하니 마약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마약중독자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발생했다. 이는 마약 공급 증대정책을 시행할 때는 계몽활동의 강화 등 마약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정책도 꾸준히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 손정식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