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대학 교원 임용 제도 개선을 주요내용의 하나로 담고 있 다. 법 개정의 목적은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리적인 임용제도 확립을 통해 경쟁력 있고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고 학문의 수월성 및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 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간의 제도는 이러한 목적에 모순된 내용을 갖고있음을 반증한다 할 수 있다.

필자는 20여년간을 대학에 재직하고 있으며 더욱이 본교 출신이다. 교육부의 개 정취지에 적극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신규임용 문제를 생각할 때 흔히 간과하는 것이지만 가장 우선 돌이켜 보아야 할 문제는 승진 문제라 할 수 있다. 현행 승 진제도는 연공위주로서 한 직급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논문을 제출해 심사에서 일정한 점수를 받아야 한다. 논문제출이라는 절차는 행정 또는 법률적 측면에서 매우 타당한 듯 보인다. 그러나 논문심사라는 과정의 속내는 반드시 그렇지 않은듯하다.

대학교원으로서 일단 임용된 뒤 대학의 분위기에 적응(?)하고 여기에 안일을 추 구하려는 개인적 본능에 사로잡히게 되면 나태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다가 승진에 임박하면 스스로 승진을 포기할 필요가 있을까? 대답은 물론 '아니오'이다. 해당자는 약간의 노력으로 그간의 학문적 성과에 관계없이 필요한 양 만큼의 논문을 낼 수 있다. 유령학회나 형식적 절차로서 심사에 그치는 저질 학술지는 얼마든지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 잘되어 가는 친구가 있다면? 기존교원 가운데는 승진 규정이 우수학술지 개재 논문으로 한정해 강화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반발하는 이도 있다. 공개적 자리에서 당위성은 주장하면서도 내심으로 나의 다음부터라는 비합 리적이며 치졸한 생각을 하는 이도 있다.

가끔 일부 대학에서 승진이나 재임용을 둘러싼 마찰이 보도되는 것을 본다. 그러 나 저널리즘의 속성상 전모가 공정하게 드러나기보다는 큰 소리로 외치는탈락자 들의 변만 부각되는 수가 많아서 속사정을 시원히 밝히지 못하는 수가 허다하다. 옆에서 의리상 말은 못해도 탈락자들이 동정받지 못해야 할 이유는 많을 수 있다. 특히 관리자(총장)가 선거에 의해 뽑히고 제한된 임기를 갖는 국립대의 경우 는 너무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국립대 교수로 임용되면 곧 그 자리는 누구도 임면에 관해 왈가왈부하지 못하도록 제도가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반사회적이고 우스운 일이지만 일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묵묵한 다수보다 힘을 행 사하고 큰 소리를 내는 소수의 몫이다. 교원을 뽑는 데 심사의 주체는 물론 기존 교원이다. 그러나 기존 교원들의 처지가 이러하다 보니 그들은 당연히 경쟁력 있 는 신인이 들어와 제 자리를 넘볼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 다. 그러기에 신규 임용자에 관한 제한점들은 결국 기득권자들의 무사함과 안일함을 보장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신규채용시 특히 문제가 되어 왔던 요체의 하나는 특정대학 출신이 거의독식한다는 것이다. 특정학부 출신이 과다하게 임용되는 경우 학내 파벌조성을 통한 학 문적 폐쇄성과 경직성을 가중시키므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학문탐구가 이루어지게 하자는 취지에 모두가 찬성할 것이다. 교수집단이야말로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 는다는 명분으로써 자기이익에 직접 관련되지 않으면 가장 조용하다. 그러나 특 정대학 출신만 모아 놓더라도 이해관계가 직접 상충되는 한 학과내에서는 또다시새로운 파벌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학교원 임용에 쿼터제란 고육지책이겠으나 해 결책은 아니다. 더욱이 명색이 훌륭한 대학 특히 해외 유학파로 골라 뽑다 보면 이는 결국 국내 출신 홀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모두 훌륭한 연구자이며 국내 출신은 모두 열등한가? 차라리 본교 출신을 뽑는 경우라면 적어도 이런 문제는 미리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개방적인 공개채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경직되게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채용심사위원에 외부인사를 위촉하는 것은 그럴싸해 보일 수 있으나 대학을 아는 이라면 실효가 없을 것일 줄 잘 알고 있다. 학회활동을 통해 얼굴을 이미 알고 있으며 또 곧 다가올 가을 학회나 봄 학회에서 얼굴을 다시 보아야 할 처지에 해당 대학 의 기존교수들의 뜻에 반하여 평점을 매길 수는 없다.

요약하자면 교원신규임용제 개선에는 승진제도 개혁이 선행과제라 할 수있고, 쿼터제 실시나 외부심사위원 위촉 등은 바르게 운영되면 개선책이 될 수 있으나 잘못하면 모양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일에 서나 마찬가지려니와 제도보다는 양식 있고 용기 있는 행동이 가장 중요하지 않 겠는가? <오봉석/전남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