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제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시안에 따르면, 교육부총리제를 도입하여 인적자원개 발정책의 총괄·조정 기능을 부여하고, 기존의 학교 교육과 관련한 교육부의 기능과 조직은 슬림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적자원개발기능은 현행대로 각부처에서 수행하고, 교육부는 총괄·조 정기능만을 수행하거나 △교육부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부 부처의 인적 자원개발 기 능은 교육부로 이관하여 총괄·조정 기능을 수행케 한다는 두가지 안을 제시했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지 정부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조치로서 교육부총리 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육 부총리제는 당초 대통령이 발표했을 때 교육관련 단체들이 지지를 보냈던 본질적 이유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단순한 행정조직 개편은 곤란

먼저 교육부총리제가 현행 교육부나 교육관료, 그리고 교육정책에 대한 전면적 평가와 재정 비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접근되기보다는 단순한 행정조직 개편의시각에서 접근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총체적 교육개혁을 열망했던 국민 여망과 동떨어진 것이며, 현재 교육부가 안고 있는 관료주의 폐단과 독단적 교육행정 등을 또다시 반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시안은 초· 중등교육기능은 시·도교육청에, 고등교육기능은 대학 자율에 맡겨 교육부 기능을 슬림화한 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필요한 일은 국·공, 사립을 막론하고 모든 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를 설 치하는 등 교육현장의 민주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총리제 도입과 학교 자율화 확대 조처 등이 김대중정권이 집권이후 지속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교육부총리제를 도입하여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따라 노동시장을 국가차원에서 유연 통제하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될 경우 전 국민은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교수·학생 의견 수렴이 전제되야

정부는 또한 교육부총리제를 추진하면서 교수·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현장의 주체들을 배제하고 행자부, 기획예산위 주도로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교육부총리제가 도 입된다 하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교육부총리제 도입이 정부가 지금껏 주장해 왔던 '작은 정부론'에 위배된다는 일부의 지적을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교육부총리제 추진의 내용과 형식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교육현장의 주체들을 참여시켜 이들로 하여금 21세기 새로운 지식·정보화시대에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총리제의 위상과 성격, 현행 교육부의 개편 방향 등도 이 과정에서 논의되어야 단순한 행정조직 개편을 뛰어넘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과정들을 지원 하고 도와주는 역할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