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국립대에서 말석이나마 대학기획을 담당하는 보직을 경험하다보니 교육부의 고등교육국장 그리고 고등교육국 산하의 과장, 사무관 등 교육부 L46 관료의 인사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물며 교육부 장관의 인사에 대한 관심은 어떠했겠는가? 그러나 현정부의 집권중반기를 접어든 2년 반 기간동안에 교육부 장관이 무려 다섯 번이나 바뀌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새로 취임하는 교육부 장관에 대한 관심과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솔직한 현재의 심정이다.

새로 취임한 교육부 장관은 과연 얼마를 지탱하다가 그만 둘까하는 그런 우려가 앞선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대학교육정책에 대한 몇 가지 바람을 밝혀 볼까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의 자율성과 그에 따른 스스로의 책임이 담보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여 각 대학이 가진 잠재력이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은 자율과 그에 따른 스스로의 책임을 담보하지 못한채 교육관료의 간섭과 규제 속에서 지탱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최근에는 대학경쟁력의 강화라는 이름 하에 대학개혁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 있다. 자치와 자율의 규범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대학에서 타율적인 강요에 의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비극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개혁으로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갈등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자율과 그에 따른 자기책임을 바탕으로 대학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대학정책의 기조가 짜여져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 전반의 개혁 바람과 함께, 대학에서의 교육과 연구에 투입된 자원의 차이는 접어둔 채 산출된 결과만을 비교의 잣대로 삼아 우리 나라 대학이 미국 등 선진국의 대학에 비해 형편없는 대학으로 취급하면서 +대학과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완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교육과 연구환경의 개선에 필요한 자원의 투입은 소홀히 한 채 선진외국의대학과 견줄만한 산출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나라 대학 상황이다.

따라서 신임 교육부 장관은 우리 나라 대학이 다른 나라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정부당국과 사회의 투자가 보다 더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학의 자치와 자율을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타율적 개혁의 강요, 대학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자원의 투입은 등한시 한 채 쥐어짜기 식의 산출지향적 성과의 강요는 우리 나라 대학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명성을 날린 교육철학 교수로서, 그리고 새교육공동체위원장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누구보다도 대학의 사정에 정통할 신임 교육부 장관에게 우리 나라 대학의 활로를 열어갈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학교육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