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도 문제가 된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소설 전체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에 신학철의 걸개 그림『모내기』는 대법원에서 반 토막만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부채 장수가 그 그림의 반 토막만 부채에 인쇄,팔아먹다가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분단 시대 라지만 작품까지 남북으로 잘라내서 법정에 +끌려 다니게 한 것은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을 것이다. 물론 법원은 잘려나간 아랫부분까지 참고해서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보통 그림은 반으로 자르면 못쓰게 되지만『모내기』는 아래위가 각각 독립적인 구성이었기 때문에 자를 수 있었다. 그렇게 분단된 윗부분은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고 하반부는 코카콜라와 미국 담배 등을 불도저로 바다에 쳐 넣는 그림이다. 즉 작자는 외세 배격과 자주적 평화통일의 +주제를 이 그림에 담았으며 윗부분은 그같은 통일 후 상황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작자의 의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가 오해 없이 전달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면 아래위로 나누인 이 그림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남과 북을 연상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병과 미제 담배가 뒹구는 곳은 남한 일 수밖에 없고 백두산이 있는 곳은 북한일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지도로 그려도 아래는 남쪽이고 위는 북쪽이 된다. 그러므로 윗 부분이 통일 후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지 오늘의 북한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달린다. 그래서 대법원도 1심과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해 버렸을 것이다.

물론 국가 보안법이라는 것도 문제다. 반공법도 있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정권 유지의 도구로 번번이 생사람 잡아온 국가 보안법이 아직도 그대로살아 있는 것이 이 나리의 수치다.

그러나 국보법이 어떻든 신학철의 『모내기』 상반부가 북한을 미화한 것이라고 보는 해석은 잘못이 아니다. 다른 해석을 해볼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작자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떳떳한 예술가의 태도다. 그리고 일부 주사파 학생들처럼 남한의 썩은 놈들한테 격분한 나머지 지금이라도 『모내기』는 고쳐 그려야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대다수의 소위 진보적 예술가들은 남한의 인권 상황에는 분노하면서도 북한의 그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것은 김정일 봐주기가 되지 않나? 그렇게 되면 그들 역시 반민족 반민중 반민주 +예술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