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낭만의 상징으로 자유를 구가하는 대학캠퍼스는 역동하는 젊음이 함께 하는 곳이 다.
그곳에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가 숨쉬며 동시대의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 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생들의 음주형태를 보면 그들이 살아가면서 평생 지속하는 습관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입생 환영회로부터 시작되는 대학생활은 끝없는 모임의 연속이고 모임은 권주(勸酒)가 당 연시된다. 폭주(暴酒)를 견뎌내는 것이 마치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인 듯이 선배는 분위 기를 만들고 새내기는 이를 감수함으로써 대학의 자유와 청춘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어한 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거의 습관성 음주행태를 보이는 것이 오늘날 대학생활의 이면인 것이다.

이러한 음주문화는 대학가의 오래된 서점을 밀어내고 그 곳을 술집 간판이 난무하는 유흥가 로 변질시키는가 하면, '사발주'처럼 절제의 미덕이 사라진 술문화는 쉽사리 이성을 마비시 키고 성적(性的)해이 등 갖가지 예고된 파행을 불러온다.
폭음으로 목숨을 잃는 학생이 있었는가 하면 최근 서울대 캠퍼스에서 일어난 익사사고 역시 어처구니없고 충격적인 일이다. 동아리 회장을 연못에 던지는 일이 전통이었다고는 하나 그들이 그토록 많은 술을 마신 상태가 아니었다면 비가 와서 불어난 물에 수영 못하는 동료를 던져 넣는 기막힌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쯤 되면 대학의 '술 권하는 문화'는 더이상 낭만이라든가 돈독한 인간관계의 유지라는 말로 정당화 될 수 없는 대학 문화의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학내 음주를 금지한다던가 질서 유지를 강화한다면 그것 은 타율에 의한 제재이므로 반발이 예상될 뿐 아니라 불법화된 음주가 더욱 성행하고 학생 들에게 탈법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따라서 자율을 침해하는 곁가지치기 식의 처방보다는 지나치게 음주에 의지하고 있는 대학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방법 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우선 각 대학마다 스 포츠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새바람을 일으켜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이번 학기초 필자는 학과장으로서 건강한 대학 공동체를 위한 적응기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 달간의 '선ㆍ후배 새벽 등행'을 제안, 이색적인 신입생 신고식을 실시해 보았다. '사발주'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그것은 다분히 실험적인 것이기도 했지만 의외로 학생들의 호응과 참여도가 높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신체활동을 통한 선후배간의 애정과 신 뢰의 교감은 각종 학과 동아리 구성과 자치활동의 기반이 되었고, 이제 학과의 분위기는 이 전보다 더욱 새롭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학생들의 대학생활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인간관계가 술이 아닌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 특히 스포츠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가 되었다.

이제 우리의 대학문화도 지난 세기의 병폐적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대학의 '술 권하는 문화'가 우리 학생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화를 부정적 방향으로 이끌었음을 자각하고 '스포츠를 권하는 건강한 대학문화'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하는 것이다.
축소된 사회(small society) 속에서 페어플레이 정신(sportsmanship)을 배우 는 스포츠를 통해 대학문화의 새 기풍을 만들어 간다면, 그것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의 인성교육까지도 성공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양은석<한림대 교수/체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