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대학행정
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최근 외국의 몇몇 평가에서 드러나듯 한국대학의 질은 세계는 고사하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하등급에 속할 만큼 열악한 실태이다.
또한 대학입시에 따른 사교육이 천문학적 액수의 국가경제 낭비와 사회적 상처를 가져오고 있는 여건에 처해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한국 대학은 급변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정부가 역대정권이 하지 못했던 대담한 대학개혁을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늦게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올바른 현실인식, 미래에 대한 전망과 민족의 장래에 뿌리박은 대학교육에 대한 확고하고도 투명한 철학을 전제하지 않을 때 대학개혁은 발전보다는 후퇴를, 정리보다는 혼란만을 가져올 수 있다.
대학은 스스로 '사회적 요청에 대한 응답'과 '기존질서에 대한 +비평'이라는 서로 상보적인 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장 기본적인 +철학으로 삼아야 하며, 대학개혁도 바로 이러한 철학적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첫쨰, 대학은 독립된 상아탑이 아니라 사회의 한 부분인 만큼 대학의 의미와 평가는 사회라는 전체적 차원에서 이해되고 결정돼야 한다.
오늘날에도 신학, 그리고 희랍.로마의 고전을 중심으로 한 문리과(liberalarts and science)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한 유럽의 중.근세적 대학을 대학의 유일하고 확고부동한 모델로 믿는 나머지 공학자, 기능공, 기술자, 경영인 등 수많은 전문인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요청에 응하지 않고 +학문의 고답적 '순수성'을 고집하는 대학이 있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일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도덕적 배신이 될 뿐이다.
둘째, 대학은 사회를 반성하고 비판하며 개혁하는 이론적, 실천적 기능을 포기하거나 잊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기존의 사회 전체가 추구하는 것이잘못되거나, 혹은 특정 분야가 원시적이고 거시적(즉 총체적 측면)으로 볼 째 잘못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떄문이다. 이러한 반성과 비판은 전문적 기술 습득이나 과학적 지식의 축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하고 오직 인문 사화화학, 그 중에서도 특히 철학, 역사, 문화, 예술 등 물질적 가치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인문과학과의 친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오늘날 상대적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된 인문사회계가 직업교육 +편중 경향에 대해 경종과 반발의 아우성을 올리는 것은 마땅하다.대학교육의 이 두 가지 철학적 축을 전제할 때 과학적 전문기술만을 염두에 둔 대학개혁을 경계하고 비판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 시대와 사회의요청을 무시하고 무조건 인문사회교육의 가치만을 고집하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된다. 중요한 것은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대학의 두 가지 기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유동성 있는 개혁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한국 대학의 혁신을 위해서는 학제, 대학의 기구, 대학의 전문화 및 차별화 등 구조적 개혁이 불가피하다. 오늘의 한국 대학은 국가 민족적 +차원에서 볼 때 비효율적이며 낭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개혁은 대학인들의 의식개혁이다. 지적 및 도덕적으로 권위를 자처하며 사회에 군림하여 소리 높여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고발하고 규탄하는 대학교수 및 학생들은 먼저 자신들의 학문적, +지적 그리고 도덕적 문제에 대한 반성이 절실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대학인의 문제는 오늘의 열악한 대학의 질이나 절실한 대학개혁의 어려움과 뗄 수 없는 인과적 관계를 갖는 것이다. 대학인들은 그가 누구이든 어떤 분야에 속하든 각자 자신의 이기심을 초월하여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국적 관점에서 구조적이고 정신적인 대학개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박이문 교수(포항공대, 철학)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998-10-21 오후 12: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