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한마디로 요약해 산학협동 체제에 따라 대학의 기능과 기본적 자세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대학교육은 심하게 멍들고 있다.

산학협동이란 무엇인가.

정부와 기업의 밀접한 지원 협조 아래서 대학이 산업사회에 요구되는 지식기술을 가르치고, 또한 정부와 기업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지식 인재를 대학에 위탁하여 공급받는 교육체제를 말한다. 이는 경제발전을최우선의 과제로 설정한 교육 계획인 것이다.

그래서 실용적 산업기술 개발과 기능인력 양성 공급이 대학의 주요기능으로 전락하는 아주 어리석고 한심스러운, 또한 무섭기조차 한 현상을 가져왔다.

우리나라 그동안 교육을 이렇듯 경제논리에 맞추어 오다 보니 교육은 경제의 수단 내지는 용역, 시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따라 경제가 흔들리자 대학은 그 여파로더욱 흔들리게 되고 말았다.

지난 9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신설 개편된 대학은 무려 37개로, +2개월마다 하나씩 대학이 생겨난 꼴이다. 이는 고등교육 인구의 과잉현상을 가져왔고 결국 대학은 예비실업군으로 넘쳐나게 되었으며 급기야 총장이 세일즈맨으로 전락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또한 교수들은 학문연마에는 관심이 없고 권력이나 돈이 따르는 연구용역 청탁에 군침을 흘렸다. 그래서 꿈, 이상, 진리 등 진정으로 대학이 가져야 할 가치는 증발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각 대학이 자세를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교양교육을 중시해야 한다.

문학, 역사, 철학은 물론이거니와 수학, 물리, 천문학 등 순수과학을 통해진리와 가치에 대한 감각을 달구어야 한다. 이 같은 비실용적인 교육이 +결국에는 고도의 실용적 가치로 전환하게 된다. 이것이 교육이 가진 묘미인 것이다.

둘째, 대학의 종별화를 도모해야 한다.

순수학문을 계속할 학자양성을 위한 순수학문대학, 전문적 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기능대학, 폭 넓은 직업영역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보통사람을 양성하는 교양대학, 이밖에 시민대학, 개방대학 등 대학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대학의 실정은 어떠한가. 수백 개의 대학이 모두 특정대학을 모델로 하고 있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의 산업계처럼 중복.과잉 투자로 쓰러져 가고 있다. 이 사태를 하루속히 극복하기 위해서도 대학의 종별화가 시급하다.

셋째, 교육의 본질 인식이다.

대학교육도 초 중등교육과 더불어 공공교육, 국민교육, 가장 넓게는 +'교육'의 일환이다. 우리가 이 교육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귀한 체제의 계승 (우리겨레의 행동양식, 예의범절, 민주주의, 공동체의식 등),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키워 한 +인간으로 보람있게 살아가게 하는 인격도야 등이 아니겠는가. 또 부처의 자비, 공자의 어짐, 소크라테스의 정의, 예수의 사랑 등 인류사적 차원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개개인의 가슴 속에 이어가는 정신문화 확산, 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와 문화를 이룩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꿈과 의지와 능력을 키워내는 것 등이라고 본다.

이 모든 교육은 지식, 기술, 용도에 앞서 온전한 인간을 양성하는 전인교육의 이념을 바탕으로 깔아야만 가능할 것이다.

김정환(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