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는 금번 정기국회 국정감사대상으로 9개의 사립대학을 문제대학으로 선정 해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감사를 벌일 예정이라 한다. 그 대상으로는 현재 중부대, 한려대, 경문대처럼 각종 비리와 전횡이 불거진 진짜 문제대학들도 포함돼 있지만 상지대나 한국외대, 대구대처럼 전횡과 비리로 악명 높은 구 재단이 퇴출되고 관선이사 진이 구 재단 잔재세력의 각종 방해 공작과 씨름하면서 힘겹게 대학민주화와 개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대학도 들어있어 도대체 선정기준이 무엇인가, 국감의 저의가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드는 것을 금할 길이 없다.

각종 비리를 밥먹듯 해치우는 교육모리배가 전횡하는 대학은 철저히 감사해서 철퇴를 가해야 한다. 과거 교육부의 솜방망이 감사나 면죄부 감사가 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문제는 상지대, 한국외대, 대구대(유사한 유형의 덕성여대)를 국감대상에 포함시킨 저 의가 무엇인가 하는점이다. 온갖 비리와 전횡으로 이미 합법적으로 퇴출당해 대법원에서조차도 더 이상 학교의 소유권과 무관하다고 판정을 받은 구 재단측이 왜 국감에 등 장해 자기변명과 홍보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가? 왜 구 비리 재단 잔재세력의 각종 음 해에 시달리면서 대학의 안정과 정상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는 민주와 개혁성향의 관선이사장과 총장들이 분규의 책임을 지고 국감 단상에 서야 하는가?

이것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국회 교육위가 사학재단연합회나 축출된 구 재단측의 집 요한 로비에 의해 지난번 교육관계법이 개악됐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후자 대학들이 국감대상에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의심케하는 이유이다.

주지하다시피 '임시이사 임기 2년, 현 임시이사 임기 12월31일 제한' 규정이 관선이사 파견대학들에 커다란 파문과 저항을 불러 일으켜 새로운 혼란의 씨앗이 되고 있는 실 정이다. 교육개혁에 전혀 의지가 없는 인사가 장관으로 앉아 있으니, 교육정책마다 시 계바늘과 거꾸로 도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교육계의 탄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들이 대법원 판결을 어기면서까지 구 재단에게 학교를 돌려줄 개연성 을 열어놓는 명분에는 "대학에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배후에 있다.

이는 공익기관인 대학을 재단의 '사유물'로 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임시이사 체제를 무 턱대고 끌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그들의 논리가 한편으론 설득력을 갖는 듯 하면서도 임시이사 후임 결정권을 교육부가 갖고 있는 한 그 후 또 다른 임시이사 체제로 가든 정이사 체제로 가든 구 재단의 로비에 휘말려 그들, 또는 그들의 대리인이 진입할 가 능성이 높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오히려 임시이사들에게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이사 체제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부여하 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아닌가 한다. 즉 그들로 하여금 민주교육단체, 시민운동단체, 그 지역사회단체, 그 대학 내의 교협, 노조, 총학 등과 동문회, 교육부 등으로 구성되는 사학재단정상화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그 대학의 전통과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재단을 구성하거나 유치하는 일을 맡기는 것이다.

이번 국감이 구 비리재단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그들에게 복귀의 명분을 쌓아 주려는 음모를 분쇄하고, 임시이사 체제를 올바른 정이사 체제로 가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법 률제정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재우/한국외대 중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