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학교교육과 대학교육을 함께 개선해 나가는 범사회적 교육협의체 ‘교육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의 기능은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된 광범위한 교육문제, 고교·대학 간 연계·협력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의 자율성 확보와 사회적 책무성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하며, 기타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간 협력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논의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체제는 세계적인 추세로 봐도 특이하다. 후진국들은 초등교육을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려 하고, 중진국들은 중등교육을 보편화하려 하며, 선진국들은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대학진학률이 84%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은 초·중등교육이 모든 국민을 위한 교육체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또한 대학입학전형 자료와 관련,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의 기록이 미흡해 입학 선발 자료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한다. 그러나 초·중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동안 입시준비에만 매달려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학부모들은 대학의 입학전형요소인 고교 교과·비교과활동, 수능·논술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 제대로 준비시켜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선 각급 학교 관계자들이 모여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할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지난 2월에는 대교협·한국교총·교과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수장들이 모여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대교협은 지난 6월 대입전형 선진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으며, 고교·대학 간 연계를 위해 전국입학처장협의회와 시·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간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한 7월에는 대교협 이사회와 시도교육감협의회와의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대학 간의 연계체제를 갖추고 대학입학전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를 새로이 발족한 것은 역사적으로  커다란 전환점이라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고교·대학 간 협력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첫째, 고등학교 교육을 다양화·유연화해야 한다. 학생들의 교과·비교과활동에 대하여 잠재능력·발전가능성을 충분히 탐색·계발하는 교육체제로 발전해야 한다.

둘째, 고등학교 교과성적 이외에 신체발달, 정서발달, 사회봉사, 진로체험학습, 각종 동아리 활동 등과 같은 비교과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객관적이고 진솔하게 기록할 수 있는 표준화 방안을 강구토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셋째, 대학은 고교생에게 학교생활기록부·수학능력고사·논술·면접 등을 똑같이 준비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진학하려는 대학의 특성이나 모집단위별 특성에 적합하고 타당한 입학전형 자료를 요구, 타당한 입학전형이 이루어지도록 연구·협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대학입학전형 과정에서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교 교육활동을 심도 있게 반영함으로써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입학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교협에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이나 특성에 관한 정보를 대학들이 공유하도록 지원하고 학부모나 학생들이 입학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대학이나 교육청 및 고교와 협조·봉사해야 한다.

이제 시작된 고교·대학 간 협력체제는 1~2년에 그 효과를 보려고 하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고교·대학 간의 협력체제를 통해 사교육문제나 대학입시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초·중·고교와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10년지대계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