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제도가 전격 도입되었다. 그에 따라 기존의 법학부는 폐지될 예정으로, 로스쿨을 유치한 대학은 로스쿨 개교 당해년도부터 법학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로스쿨 정원은 25개 대학에 총 2000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법학교육이 변호사 배출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데 있다. 다시 말하자면 2000명의 법학도만으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법학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법학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법학을 공부한 수많은 법학도들은 법조계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에 깊숙이 뿌리를 내려왔다. 기업의 조직, 운영은 물론 거래행위를 위해서도 법학지식이 필요하고, 국가시험이나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도 법학과목을 일정 부분 이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시돼 왔다. 행정부, 국회 등 국가기관에서 법학지식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법학의 기본지식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법치국가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인식하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법학교육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제도의 도입으로 법학부가 폐지되면서, 법학부가 담당해 왔던 법학교육은 물론 교양법학교육마저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로스쿨 교수들은 한 학기 6학점(2과목)만의 강의를 담당할 수 있는데 반해, 로스쿨에서 개설해야 할 교과목 수는 100여 과목에 이르기 때문이다. 결국 로스쿨을 설치한 대학에서 법학과목을 일정 수준 이상 이수하고 사회에 배출되는 학생은 한해 2000명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법조인으로서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할 수 있으나, 사회 각계각층에서 요구하는 법학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일각에서는 법조인으로서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인인 대학졸업자들이 법학교육의 맛을 전혀 보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법학부에서 개설한 과목을 수강하는 타과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법학부가 폐지되고 전문대학원인 로스쿨에만 법학과목이 개설되면 타과생들의 법학과목 수강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본질적으로 로스쿨제도를 살리기 위해 학부에서의 법학교육을 포기한 데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로 인해 법조인 양성대상에서 제외된 학생들의 법학과목 수강은 봉쇄되고, 이 같은 문제는 다시 법학교육에 대한 사회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학이라는 국민 전체를 위한 학문이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개방되고, 이로 인해 법제도라는 사회시스템을 특정계층에게만 독점시키는 것도 큰 문제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법치주의란 근대 시민국가의 정치원리로부터 출발하며,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그 주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로스쿨을 설치한 대학들은 교양법학교육과 법학도의 충분한 배출을 위한 새로운 법학교육 방안에 대해 고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법치국가에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는 교양인은 물론, 자신이 맡은 사회 각 영역에서 법제도를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문가 배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법학도의 배출을 위해 법학부의 존속, 법학부 졸업생의 직업선택 자유와 공무담임권 보장의 문제도 대승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