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자원봉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반 시민의 사회봉사 참여도가 이른바 ‘국격’의 높이를 재는 바로미터의 하나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아름다운재단의 조사보고에 따르면, 우리 나라 봉사활동 참여율이 23.9%로 나타났는데, 미국(26.8%, 2009)이나 일본(26.2%, 2006)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도 봉사활동이 사회 문화의 한 축으로 정착했다는 진단이 결코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학에서도 사회봉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봉사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인식 전환을 배경으로, 정부가 ‘창의인성교육 기본방안’(2010.1.5)을 발표하면서 그 실천방안으로 사회봉사 활성화를 내세웠고, 구체적 정책으로 대학 기관평가와 정보공시 항목에 사회봉사 관련 지표를 넣고 있다. 개별 대학들도 앞다투어 봉사학습(service learning) 관점의 교육과정 운영, 전공 연계 봉사 강화, 나아가 봉사를 졸업 필수 학점 과목으로 정착시키는 등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해외봉사를 통하여, 봉사와 교육의 결합에 따른 자기개발, 사회문제 인식 및 문제해결능력 제고, 공동체의식 함양 및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대학은 사회봉사야말로 ‘교육의 완성’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사회봉사가 이제 양적으로 일정 궤도에 올라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양적 성장에 걸맞는 질적 수준이다. 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봉사는 수혜자에게 상처만 주는, 한마디로 ‘민폐’이기 때문이다.

좋은 봉사프로그램 개발, 내실 있는 사전교육, 봉사 현장의 효율적 관리 점검, 기타 성공적 봉사를 위한 전제조건은 양질의 충분한 지원 인력 확보와 부단한 재교육이다. 즉, 봉사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지표는 지원인력 확보율이다. 해외봉사의 경우 현지 지원이 그만큼 중요한데, 우리 나라의 대표적 국제개발협력 지원기관인 KOICA의 상황을 외국과 비교하면 낯이 붉어진다. 관리자 1인당 봉사단원수가 미국 3명, 일본 9명인데 한국은 무려 27명으로서 우리 관리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국제개발협력 NGO나 대학의 지원 인력의 열악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처음에는 봉사지원업무가 좋아서 선뜻 뛰어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일에 치여 좌절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본다. 지난해 말 ‘시민사회포럼’(시민사회환경연구소)의 한국의 시민사회 10년을 되돌아보는 포럼에서 어떤 패널이 들려준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한국에서 NGO 활동 3년이면 파김치, 5년 하면 머리가 비는 현상이 생기고, 7년 하면 가슴마저도 안뛰어 용도 폐기된다”는 현실 고발은 정책당국자들이 깊이 갈무리해두어야 할 부분이다.

자원봉사 활동은 무보수의 자발적 이타적 활동으로서 누구나 저마다의 재능을 바탕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이들 자원봉사자를 지원하는 인력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라야 한다. 특히 해외봉사 지원인력은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인력 운용이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열악한 수원국의 현지문화 적응, 현지어 익히기, 관계자와 인맥 쌓기 등 기본적으로 수년의 기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익힌 국가적 자산인 노하우가 실제 효과를 볼 수 있으려면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원봉사를 통한 예산 절감 셈법은 잘못된 인식이다. 봉사자 개인에 대한 대가적 보상은 문제되지만, 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관리 비용은 오히려 더욱 필요하다. 2007년 ‘태안의 기적’을 다시 기대한다면, 봉사지원인력의 전문성이 변수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